오피니언 사설

더 늦기 전에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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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어제 또다시 최고치(1078명)를 기록했다.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833명으로, 방역 당국이 정한 거리두기 3단계 기준(800∼1000명)에 이미 해당한다. 지난 8일부터 2.5단계로 올렸지만 확진자가 오히려 늘었는데도 또다시 우물쭈물하다 방역에 실기하면 안 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에게 3단계 격상의 절박함을 직접 호소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불과 일주일 전에 언급한 ‘터널의 끝’이 보이기는커녕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터널 한복판에 있는 양상이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혹한이 닥쳤지만 치료제도, 백신도 손에 넣지 못한 우리 국민은 월동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악의 겨울을 맞은 심정이다.

그런데도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정부는 아직도 내부 검토만 계속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3단계 상향은 내부적으로 검토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3단계는 워낙 거대한 사회적 변동이기에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거리두기 단계 기준은 자의적이고 허점이 많다는 비판을 받는다. 3단계를 넘어서는 전면 봉쇄(Lock down) 상황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라도 3단계로 격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지자체 재량을 일축했다. 정부는 그동안 확진자가 줄어들면 거리두기 단계를 서둘러 완화하고, 급히 올려야 할 때는 머뭇거리다 수차례 오판하고 실기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12일에는 1단계로 완화할 요건(일일 확진자 50명 이하 등)이 되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완화하는 바람에 확산을 억제하지 못했다. 지난달 감염자가 급증할 때도 단계 상향을 미적거리다 결국 작금의 3차 대유행을 초래했다.

물론 3단계로 상향할 경우 경제 전반에 끼칠 충격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두기를 당장 3단계로 올려 코로나부터 억제하는 게 국민 건강은 물론 궁극적으로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년 내내 코로나에 시달린 국민은 이제 ‘코로나 박사’가 다 됐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1%(62%는 즉각, 19%는 며칠간 1000 내외로 나오면)가 3단계로 올리자고 했다. 2.5단계 유지는 19%에 그쳤다.

물론 과학적 방역을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어영부영하다 코로나로 하염없이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강력한 단기 조치의 고통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결의가 엿보인다. 절박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