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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증세 가벼워도 전염 위험

중앙일보

입력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자문위원회가 국내 감염자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면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에도 이미 사스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경미한 환자도 언제든지 사스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위험지역인 중국 인접국가면서도 '사스 무풍지대'였던 우리나라도 자칫하면 사스 위험 국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보건 당국은 사스의 원인으로 알려진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유입되지 않았다는 쪽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중합효소반응(PCR) 시험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다. 현재 15명의 의심 신고 사례 중 PCR 시험에서 양성을 보인 사례는 인천공항 검역관을 포함한 다섯 명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 전문가들은 보건 당국의 이 같은 소극적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부가 PCR 결과를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PCR 양성 반응을 보인 다섯 명의 환자가 사스균에 감염돼 있거나 감염된 적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외국에선 PCR 시험에서 음성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실제로 양성인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자문위가 이번에 입장을 바꿔 사스 감염을 공식 확인하기로 한 것은 "PCR 시험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는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인 것이다. PCR 양성 반응을 보인 다섯 명은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였으나 지금은 대부분 증세가 좋아졌다. 일부는 처음부터 약간의 기침 증세밖에 없었던 사람도 있다. 이는 중증 환자뿐 아니라 의심환자나 증세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가벼운 감기를 앓은 채 지나가는 사람도 사스균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의심환자의 경우 사스 환자에 준해 병원이나 자택에 격리돼 있지만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거의 당국의 방역망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거의 없는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노인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이를 옮기면 치명적인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국립보건원이 진행하고 있는 바이러스 배양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 용어해설

사스 추정환자
▶중국.홍콩 등 위험지역을 최근 여행했거나 다녀온 사람과 '긴밀한 접촉'을 했고 ▶고열 및 기침 등 호흡기 증세가 있으며 ▶폐렴이나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난 사람이다. 사스 추정환자가 되면 세계보건기구(WHO)에 사스환자로 공식 보고된다.

사스 의심환자
위험지역을 다녀왔거나 그런 사람과 접촉했고 고열.기침 등 유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다. 다만 폐렴.호흡곤란 증세가 없어 상대적으로 증세가 가벼운 환자다. 추정환자와 마찬가지로 격리 조치한 뒤 감염 여부를 조사한다.

사스 감염자
사스의 원인균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고 있거나 가진 적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 균을 갖고 있다가 발병하면 사스 환자가 된다. 에이즈 균인 HIV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에이즈 감염자, 병으로 진전된 사람은 에이즈 환자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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