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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빼고도 180석 '영끌' 성공…필리버스터 77시간만에 종결

중앙일보

입력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표결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 20201213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표결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종택 기자 / 20201213

더불어민주당이 13일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강제 종결시켰다. 민주당 의원 173명에 열린민주당(3석) 및 무소속·소수정당 의원 등을 포섭해 국회법상 토론 종결에 필요한 최소 찬성 수(재적의원 5분의 3) 180표를 가까스로 맞췄다.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결국 대여 공조를 발휘하며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고,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막판까지 표 확보 진땀

이날 민주당은 표결 직전까지 무제한토론 종결 찬성표 180표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본래 원내지도부가 최종 계산한 찬성표는 1표 여유를 둔 181표였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영진 원내수석이 ‘181석 정도는 지금 맞춘 상태인데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에 임해주기 바란다’는 말과 함께 무기명 투표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고 전했다.

오후 8시 9분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정원법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서가 제출로부터 24시간이 경과됐다. 의결정족수가 충족돼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을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을 위해 집단으로 착석한 직후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로 필리버스터 중단 조치를 당한 윤두현 의원에게 박수를 보낸 뒤 우르르 회의장을 빠져나가며 저항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13/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민의힘 의원들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0.12.13/뉴스1

기표부터 개표까진 30분 남짓 걸렸다. 회의장엔 미묘한 긴장감이 팽팽했다. 아무리 민주당이 회의장 밖에서 181표를 맞추고 들어왔다고 해도, 무기명투표 특성상 이탈표가 두 표만 나와도 국민의힘측 필리버스터가 재개될 상황이었다. 게다가 정의당(6명)은 필리버스터 표결에 전원 불참한 상황이었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표결 진행 도중 “본회의 안건에 대한 반대의견 또는 소수의견을 표현할 권리는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며 “정의당 의원단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표결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문을 냈다.박태형 국회 의사국장은 투표에 앞서 “투표용지 가부란에 가 또는 부 이외의 문자나 기호를 표시하면 무효로 처리되며 투표용지에 어떠한 표시도 안 하면 기권”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개표 직후 8시44분쯤, 박병석 의장은 “투표 결과 총투표수 186표 중 가(可) 180표, 부(否) 3표, 무효 3표로 무제한 종결 동의가 가결됐음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탈표를 1표에서 막는 데 성공하며 거여의 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7인, 찬성 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20201213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7인, 찬성 187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20201213

필리버스터 종료와 함께 곧바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 등 다른 기관에 이관하되 시행 시기를 3년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다. 필리버스터 종결 투표(재석 186명, 찬성 180명) 직후 표결했는데 이때는 재석 의원 187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정의당은 국정원법 표결엔 참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법 통과 소식 직후 페이스북에 “권력기관 개혁 후속 작업을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개혁의 고삐를 다잡겠다”고 썼다. 국정원은 "북한·해외 전문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국민의 명령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찰에서는 “국가 안보 수사 책임기관으로서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김창룡 경찰청장)는 반응이 나왔다.

필리버스터 종료 표결은 14일 밤 다시 재현될 전망이다. 다음 법안인 남북관계발전법이 상정되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무제한토론을 시작했고, 민주당은 곧바로 국회 의사과에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한 종결동의서를 접수했다. 국정원법과 마찬가지로 24시간이 지나간 뒤 표결할 수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북전단 금지가 주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13일 국회에서 남북관례 발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의사과에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20201213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13일 국회에서 남북관례 발전에 관한 법률일부개정안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의사과에 제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20201213

이날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던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일도 표결이 있을 텐데 오늘 아슬아슬하게 찬성이 된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국회에서 180표는 3분의 2다. 엄청나게 많은 표”라고 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이 의석의 힘으로 야당의 입까지 틀어막는 아주 난폭한 일을 했다”고 했다.

심새롬·윤정민·하준호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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