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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존중한다던 與 돌변…내일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시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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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를 이유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을 오늘 오후 8시 10분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제출 후 24시간 뒤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니 소속 의원은 모두 참석해 달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공수처 개정안 처리 직후 “야당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홍정민 원내대변인)며 남은 쟁점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인정해 온 민주당이 13일을 종료시점으로 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13일 오후 7시 온택트 의원총회를 한 뒤, 같은 날 오후 8시 10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950명)를 경신하는 등 확산 세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일일 확진자 1000명에 육박하는 시기에 국회는 필리버스터보다 중요한 국민의 건강, 안전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 종료를 제안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시한부로 강제 종료하려면 의원 180명의 무기명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자당(174석)에 진보 성향 정당·무소속 의원 등을 합쳐 180석 이상을 무난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오늘 오후 8시 속개되는 국회 본회의에 예정대로 참여하되, 일단 야당을 상대로 토론 종료를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필리버스터 총공세’ 중인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민주당의 일방적 종료 요구로 자체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초선(58명) 벌떼 작전을 통해 반문 여론을 연말까지 극대화하려 했는데 민주당이 코로나 사태를 전가의 보도처럼 쓰려고 한다. 뭐든 자기들 마음대로다”라고 말했다. 다만 야당 입장에서도 최근 악화일로인 코로나19에 따른 여론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을 필두로 한 범여권 정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해 온 공수처법 등 쟁점 법안을 지난 10일 강행 처리했다. 직후인 11일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합의로 필리버스터에 들어갔고, 12일 새벽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코로나 19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보고돼 중단됐다가 이날 오후 8시 국회 본회의를 속개하기로 한 상태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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