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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차입 기업 주가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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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빚을 지지 않고도 장사를 잘하는 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으면서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재무구조가 견실한지가 중요한 투자 잣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4백51개 상장사(12월 결산)들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빌린 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백26조원이며, 이 가운데 한푼의 빚도 없이 '무차입 경영'을 하는 기업은 극동전선.디씨엠 등 30개사로 나타났다.

증권전문가들은 "경영을 하다보면 어느 정도 돈을 빌려 외형을 키우고 성장 기회를 잡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차입 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무차입 기업들의 수익성이 뛰어난 만큼 주가에는 분명 호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상장사를 포함한 3백57개 무차입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액 경상이익률(경상이익/매출액)은 10.8%로 국내 제조업 평균의 2.3배에 달했다.

재무구조가 견실하고 실적도 좋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무차입 기업들의 주가도 올해 좋은 흐름을 보였다.

30개 무차입 기업은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주가가 평균 14% 올랐다. 30% 이상 급등한 종목도 LG애드.태평양.라보라 등 9개사에 달했고,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캠브리지.삼영 등 10개사에 그쳤다.

증권업계는 올해 무차입 기업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계속 빚을 갚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성을 중시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돈을 빌려 투자하는 대신 주주 중심의 경영을 표방하면서 배당과 회사 유보(잉여금)를 늘리고 있다.

대신증권 김우재 연구원은 "티씨케이.인선이엔티.원일정기처럼 빚을 완전히 털어냈거나 부채비율이 아주 낮은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연말까지 이자보상배율이 높고 부채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로 나눈 값인데 1보다 작으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金연구원은 파인디앤씨.아세아시멘트.LG건설 등의 이자보상배율이 1백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비율이 낮은 종목으로는 아이디스.엔씨소프트 등을 꼽았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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