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에 대놓고 석탄 수출”…올해 4억 달러 외화 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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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과 중국이 이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북한산 석탄 거래를 대놓고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박의 국적을 세탁하는 등 적발되지 않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WSJ 보도…북·중 유엔제재 위반 #미, 홍콩 야당의원 제명 법안 관련 #중국 전인대 부위원장 14명 제재도

WSJ는 미국 국무부가 제공한 위성사진과 국무부 고위 관료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여러 해 동안 북한은 편의치적(便宜置籍, 실제로는 북한 선박이지만 제3국 국적으로 등록)이나 추적 신호를 끄고 운항하는 방법, 또는 항로를 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추적을 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북한 국기를 단 선박들이 수백 차례에 걸쳐 중국 닝보-저우산 지역으로 석탄을 실어날랐다”고 보도했다.

WSJ는 올 8월12일 촬영한 닝보-저우산 인근 해역의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운항 중인 북한 국적 및 북한 연계 선박 다섯 척과 정박 중인 중국 선박 한 척이 근거리에서 포착됐다.

6월19일 찍힌 위성사진에서는 중국 바지선 두 척이 북한 남포항에 정박해 석탄을 적재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운항중인 다른 중국 선박 세 척도 포착됐다.

미국은 이런 방법을 통해 올 1~9월 북한이 석탄 410만t을 수출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2017년 동기간 대비 5분의1에 해당하는 양이다. 북한산 석탄 거래는 안보리 제재 2371호에 따라 2017년 8월부터 전면 금지됐다. 미국 정부의 계산이 맞다면 올해 석탄 국제거래가가 80~100달러인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은 3억3000만~4억1000만 달러(약 3582억~4451억원)를 벌어들인 게 된다.

미 관료는 “이제 북한은 석탄 거래를 숨기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2017년 제재 도입 이래 이런 변화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셉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협상특사는 WSJ에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닫고 제재로 인한 고통도 계속되자 중국은 북한의 안정성을 걱정하게 된 것 같다. 핵협상 관련 상황이 다시 진전되기 전까지 경제적으로 숨구멍을 터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7일 중국의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14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 전인대 상무위가 지난달 홍콩 야당 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데 대한 대응이다.

중국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며,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 부의장 격이다.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인사는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인 혹은 미국 기관과 금융 거래도 할 수 없다. 다만 중국 지도부 서열 3위인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의장)은 이번 제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영혜·서유진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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