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 국가지원 본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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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14일 ▶이화여대 가정호스피스센터▶강남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샘물호스피스▶의정부 의료원 등 다섯곳을 호스피스 시범기관으로 선정했다.

이들에게 2년간 매년 2천8백80만원씩 지원, 관리 기준.소요 비용 등 호스피스 사업의 표준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호스피스란 임종을 앞둔 환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다.

정부가 호스피스 육성에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 우리나라는 연 6만명이 암으로 숨지고 있으나 말기 암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 중환자실에서 불필요한 과잉치료에 시달리거나 집에서 적절한 통증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 5~8일 아시아.태평양 호스피스 학회를 주최한 일본은 최근 호스피스 기관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사카 근교의 다카쓰키(高槻)시 적십자병원이 2000년 문을 연 호스피스병동도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병원 본관 밑에는 작은 호수를 끼고 짙은 빨간색 지붕의 콘도미니엄풍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은 '레이크사이드 홈(lakeside home)'.

이곳은 죽어가는 환자들로 가득 찬 병동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든다. 복도에는 예술가나 환자 가족이 기증한 그림들이 걸려 있어 화랑 분위기를 낸다.

거의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천장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 환자들의 방은 호수와 주변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게 발코니와 연결돼 있다.

20병상의 이 병동엔 의사 3명과 간호사 18명이 3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환자들이 항암제 투여를 원하면 병원으로 옮겨 치료해주지만 대개는 몰핀을 주사하는 등 최소한의 통증치료만 한다.

환자들은 가족과 24시간 함께 지낼 수 있고 애완동물을 병실로 데려올 수 있다.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오카다 게이지 의사는 "치료보다 환자들에게 자기 집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선진국치고는 비교적 늦은 1981년 최초의 호스피스가 탄생했다. 그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빨리 뿌리를 내렸다. 일본은 95년 호스피스를 의료보험 진료항목에 포함시킨 데 이어 98년엔 시설기준을 법으로 정했다.

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면 국가가 1인당 하루 3만8천엔(약 38만원)을 보조해준다. 개인은 전체 입원비의 10~20%에 해당하는 개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이런 지원책으로 현재 1백40여곳의 호스피스 시설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65년 강릉 갈보리의원에 호스피스가 처음 도입돼 현재 64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말기 환자들을 위한 의료제도보다는 뜻있는 사람들의 봉사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재정적으로도 취약하다. 약 80%가 기부금이나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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