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방해 3인, 檢수사 앞둔 10월에도 "원전문건 지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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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양남면의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경주시 양남면의 월성원자력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월성1호기 원전 조기 폐쇄 업무를 담당한 산업통장자원부 공무원들이 올해 10월께 검찰 수사에 대비해 "월성 원전 문건 파쇄"를 모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지난해 11~12월 감사원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감사를 앞두고 산업부 공무원들이 자료 삭제를 논의해 실행한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수사팀은 파악하고 있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복수의 산업부 공무원들이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월성 원전과 관련 문서를 삭제하자"는 취지의 협의를 했다. 여기엔 감사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부 공무원 3명 외에 다른 공무원도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황은 대전지검의 포렌식 과정에서 포착됐다고 한다. 공무원 3명은 이날 대전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 10월 20일 감사원이 월성 원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에 범행을 계획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산업부 등이 2018년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를 축소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청와대 보고 자료 등 444건을 무더기 삭제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자, 조만간 검찰이 관련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본 것이다. 원전 조기 폐쇄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은 지난달 5일 산업부를 압수수색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후 "엘리트 공무원들이 감사 방해를 위해 범죄 집단처럼 움직였다"는 비난을 받던 상황에서도 이들이 추가 자료 삭제를 계획한 것엔 비호 세력이 확실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유진·김민상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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