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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학생 27% '콜레스테롤'

중앙일보

입력

청소년들의 건강이 흔들리고 있다. 체격은 과거보다 커졌지만 각종 건강지표들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한의사협회지는 최근 국내 학교보건 프로그램이 취약해 청소년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특집 기획물을 실었다.

이 잡지에 소개된 10대 청소년들의 건강 성적표를 살펴보자. 서울시 학교보건원이 2001년 서울시 2만5천여 명의 고등학교 1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남학생의 17%, 여학생의 11.2%가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비만 판정을 받았다. 고혈압 환자도 남고생은 7.5%,여고생은 3.3%였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 수준을 넘긴 경우도 남학생은 12.2%, 여학생은 27.0%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5.1%가 빈혈을 보였으며 4.7%가 등이 휜 척추 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비만과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은 뇌졸중과 심장병 등 성인병의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맑고 깨끗해야할 10대의 혈관이 비만과 고혈압.고지혈(高脂血)증으로 푸석푸석해지고 기름이 끼면서 잘 터지거나 막히게 되면 40대 때 돌연사로 연결될 수 있다. 패스트 푸드의 범람과 운동 부족이 중요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학교 보건이 중요

전문가들은 학교 보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가 기생충 박멸사업이다.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어온 대변검사를 통한 기생충 박멸사업으로 30년 만에 회충.요충.십이지장충 등 각종 기생충 감염률이 0.2%(30년 전 80%)로 격감한 바 있다. 학교 보건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사업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 성 교수는 "세계보건기구의 조사 결과 학교 보건 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나중에 평균 14달러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었을 때 흡연 피해로 인한 치료비용은 투자 1달러당 18.8달러, 술은 5.69달러,성병 치료비용은 5.1달러나 줄여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으레 건강하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통념을 깨야한다.

◇검진 강화해야

식사와 운동.성 등에 대한 보건교육과 함께 검진 프로그램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그러나 국내 청소년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열악한 수준이다. 고1 학생을 대상으로 단 한차례 실시하는 청소년 건강검진이 전부다.

그나마 국고 지원액 1인당 1만4천여원이란 적은 예산으로 혈액과 소변검사.가슴 엑스선검사 등 21개 항목을 검사하다 보니 내용면에서 부실해질 소지가 있다는 것.

서울시 학교보건원 건강증진과 의사 강윤주씨는 "내실있는 검진을 위해서는 검사 결과 이상이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사후 관리와 검진 횟수 및 간격을 늘리고 동네의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경우도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척추 측만증의 경우 각도가 10도 이내로 휜 상태에서 일찍 발견하면 단기간 보조기 착용 등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늦게 발견하면 보조기를 수 년 이상 착용해야 하며 심한 경우 수술까지 필요하다.

소변검사도 단백뇨를 통해 신(腎)증후군을, 또 혈뇨를 통해 신우신염 등을 조기 발견할 경우 나이 들어 혈액 투석이나 콩팥 이식수술 같은 치료를 받지 않고 약물치료만으로 완치할 수 있다.

청소년 검진을 게을리할 경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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