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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소송" 햄버거社 대책 부심

중앙일보

입력

"사람들이 담배는 끊어도 (음식을)먹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최근 알트리아로 사명(社名)을 바꾼 미국 최대의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회장이었던 해미시 맥스웰이 1988년에 한 말이다.

당시 담배의 중독성이 헤로인 못지 않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하면서 금연 열풍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고 첫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은 패소했다. 소송의 위험을 감지한 맥스웰 회장은 '경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미국 최대의 식품회사인 크래프트를 인수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업체 등 대형 식품회사들은 제2의 담배회사가 될 위험에 빠졌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뉴욕 지방법원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청소년 비만과 당뇨병을 초래했다고 제기된 집단소송에서 맥도널드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6일 보도했다.

FT는 비록 법원이 "법이 개인들의 과식(過食)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지만 앞으로 식품회사들이 소송당할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지금 소송에 시달리는 담배회사들도 90년대까지는 소송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50개 주(州)가 담배로 인한 의료보장비 부담을 이유로 흡연자 개인의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나서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패스트푸드 업체 등 대형 식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초점은 식품회사들이 이미 포만 상태에 이른 소비자들을 더 먹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했는가에 모아져 있다.

식품회사들은 심리학자.인류학자 등을 동원해 소비자들의 식욕을 돋우고 포식하지 않으려는 자연적인 욕구를 잠재우는 방안을 연구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지 싸다는 이유로 소금.설탕.지방 성분을 마구 투입했는가 하면 담배와 달리 아무런 경고 문구도 붙이지 않았다.

FT는 담배의 경우처럼 중독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보다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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