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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총액·일평균 수출 모두 증가…수출 부진 터널 탈출하나

중앙일보

입력

11월 수출이 2년만에 전체·일평균 모두 증가 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11월 수출이 2년만에 전체·일평균 모두 증가 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진했던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 11월 수출액이 전체 규모는 물론 하루 평균 액수에서도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은 물론 고부가·신성장 산업 수출액도 늘었다.

11월 수출액 4.0%↑…일평균 수출액도 증가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수출액이 458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수출액은 지난 9월(7.3%)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증가로 돌아섰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지난해와 비교해 6.3% 늘었다. 수입은 398억8000만 달러(-2.1%)로 지난해와 비교해 다소 줄었다. 무역수지는 59억3000만 달러로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총 수출액과 하루 평균 수출액 모두 증가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11월 조업일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0.5일이 줄었지만 수출액은 오히려 늘었다. 조업일수 부족에도 수출액이 증가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15개 주력 품목 중 10개(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이차전지·가전·컴퓨터·바이오헬스·자동차·차부품·선박)가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상승했다. 수출액이 늘어난 분야 수도 올해 들어 가장 많다.

비대면 경제 확산에…IT 관련 업종 호조

수출이 회복 국면으로 들어선 것은 코로나19로 커진 비대면 경제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로 위축했던 소비 심리도 살아나면서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강세가 이어졌다. 실제 지난달에 수출이 증가한 10개 품목 중 6개 품목(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이차전지·가전·컴퓨터)이 모두 IT와 관련 업종이었다. 컴퓨터를 제외한 5개 품목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4% 증가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와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대 상승을 이어갔다. 5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이 늘고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시스템 반도체는 11월까지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8년 연간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디스플레이(21.4%)와 무선통신기기(20.2%)도 월별 기준 수출 증감률과 수출 금액 모두에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은 지난 10월, 26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한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특히 새로운 주력 품목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바일 수요 증가가 수출 선전을 이끌었다. 무선통신기기도 휴대전화와 휴대전화 부품에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코로나19 부진을 떨쳐내는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2.1%)도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에도 불구하고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수출 금액으로 보면 11월이 올해 두 번째로 많았다.

고부가가치·신성장 산업 수출 견인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떠오른 고부가가치·신성장 산업들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들 산업은 과거 전통적인 제품과 달리 수출 단가가 높아 수출 실적을 질적으로 늘리는 데도 공헌했다.

실제 고부가가치 수출품으로 떠오른 OLED(5.9배), 전기차(2.0배), 다중칩패키지(12.0배), 의료기기(2.8배)는 모두 해당 분야 주력 품목보다 가격이 최소 두 배 이상 비싸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 수출 단가가 증가했는데, 특히 11월 수출 단가가 지난해와 비교해 15.1% 늘었다. 수출 단가가 두 자릿수로 증가한 것은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신성장 산업들도 선전을 이어갔다. 역대 최고 수출액을 경신하고 있는 진단키트를 중심으로 바이오헬스(78.5%) 분야는 지난해와 비교해 15개월 연속 수출액이 늘었다. 화장품(25.4%)도 6개월 연속 수출액이 증가하며 11월 누계로만 지난해 수출 실적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집콕족’이 늘면서 라면, 즉석밥 등 가공식품 수출도 연간 최대 실적을 냈다. 이 때문에 농수산물 수출(10.5%)도 월별 기준으로 지난달 역대 최대 수출액(8억3000만 달러)을 달성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중소기업 중심 ‘코로나19 진단키트, 화장품, 가공식품 등 신성장 품목’도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수출 저변이 확대되고 수출 펀더멘탈이 탄탄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송 수요가 감소하면서 석유제품(-50.6%), 석유화학(-8.3%)은 지난해와 비교해 수출액이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11월 4대 수출 시장(미국·중국·EU·아세안) 전체·일평균 수출 모두 증가했다. 4대 시장의 전체 수출과 일평균 수출이 모두 증가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4대 시장 외에도 11월 중남미, 인도 수출도 지난해 비해 늘었다.

환율 강세·코로나19 재확산 부담

이런 수출 실적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재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이 우려스럽다. 이들 지역 방역 상황이 계속 악화한다면 소비 부진으로 이어져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최근 원화 강세 기조도 우리 기업 수출에 새로운 장애 요인이다. 지난달 30일 달러당 원화가치는 1106.5를 기록했다. 1100원대 붕괴를 눈앞에 뒀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내년에도 경기 부양 기조를 이어간다면 달러 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가치가 더 올라가면 한국 수출액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 “소재·부품·장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기술을 더 많이 육성해 다른 나라와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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