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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 세명중 두명 성고민

중앙일보

입력

성의 금기를 깬 최초의 저서로 평가받고 있는 킨제이보고서가 올해로 발간 50주년을 맞이했다. 1953년 하버드대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앨프리드 킨제이 박사가 펴낸 '여성의 성적 행동'이 바로 그것.

48년 남성의 성적 행동에 이어 두번째로 나온 이 책은 당시 전세계적으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만여명과 직접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동성애와 자위.혼외 정사.매춘 등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 여성 두명 중 한명이 혼전 성경험을, 네명 중 한명이 혼외 정사를, 다섯명 중 한명이 동성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킨제이보고서 이후 달라진 성 풍속도를 성의학을 중심으로 조명해본다.

◇금기가 깨지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 아래 이뤄진다면 의학적으로 어떠한 성행위도 변태가 아닌 정상으로 간주된다.

자위나 동성애, 오럴 섹스, 항문성교 등 비정상의 영역으로 분류됐던 성행위들도 금기의 족쇄에서 풀렸다.

정액은 90%의 수분과 10%의 단백질.무기질로 구성된 1.5~6g의 물질일 뿐 양생술을 통해 사정을 극도로 제한해야 하는 신비의 대상이 아니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했으며 75년 미국 연방정부는 동성애란 이유로 기업이 취업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오늘날 미국인 열명 중 다섯명이 오럴 섹스를, 한명이 항문성교를 하고 있다.

◇애정이 뒷받침돼야

행복한 성을 위해선 근육이 아닌 신경이 중요하다.성에 관여하는 신경은 두가지다. 첫째 자율신경이다. 말 그대로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신경이다. 자율신경 가운데서도 편안할 때 작동하는 부교감신경이 중요하다.

부교감신경은 남성의 발기를 유도하며 사정을 늦추는 역할을 맡고 있다. 평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부교감신경이 억제돼 있는 남성에게 발기부전이나 조루가 잘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변강쇠 콤플렉스도 문제다. 너무 잘 하려고 애쓰면서 상대방을 강박적으로 의식하다보면 오히려 부교감신경이 억제되며 성기능은 위축된다.

둘째 대뇌피질이다. 이 부위는 이성적 판단 등 인간 고유의 정신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여성에 있어선 대뇌피질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뒷받침돼야 성을 통해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혈관이 중요하다

발기는 평소보다 5배나 많은 혈액이 음경 혈관에 몰리는 현상이다. 불과 0.3㎜의 지름을 가진 작은 혈관 속에 수십분 동안 혈액을 압축시켜 저장해야 하므로 혈관이 튼튼하지 않으면 정상 발기가 어렵다.

고혈압과 동맥경화, 복부비만 등 혈관을 파괴하는 질환이 성기능을 방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나쁜 것은 당뇨다. 당뇨는 혈관은 물론 신경까지 파괴한다. 가장 치료가 어려운 성기능 장애도 당뇨를 오래 앓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발기부전이다.

금연도 중요하다. 흡연이야말로 남성 성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담배 속 니코틴은 음경동맥을 수축시키는 등 남성의 성기를 결정적으로 파괴시키는 흉기나 다름없다.

◇성기능 장애는 조기 치료를

중년 이후 남성 세명 중 두명꼴로 크고 작은 발기부전과 조루로 고민하고 있다. 기혼 여성의 절반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성기능 장애는 방치하면 할수록 해결되지 않고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심리적 안정 및 운동.영양을 통해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는 육체적 노력이 긴요하다.

사려깊은 상대방의 이해와 애정도 필수적이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 비아그라와 유프리마 등 약물들이 국내 의료계에 도입돼 발기부전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조루 역시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등 약물의 복용을 통해 80%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의 단점은 끊으면 재발할 수 있다는 것.

성기능 향상을 위한 전문가와의 상담과 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발기부전 등 심한 성기능 장애의 경우에도 음경보형물 삽입술 등 수술을 통해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도움말 주신 분=선릉탑비뇨기과 하태준 원장.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윤하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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