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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검사의 양심선언..이정화 화이팅!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9일 법무부 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 꽃상여가 등장했다. 추미애 법무부를 비판하는 시위다. [사진 자유연대]

29일 법무부 청사가 있는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앞에 꽃상여가 등장했다. 추미애 법무부를 비판하는 시위다. [사진 자유연대]

'판사 사찰' 담당했던 법무부 파견검사 양심선언 '윤석열 무죄' #'합리적 법리검토와 절차'마저 무시당한 평검사의 용감한 외침

1.
이정화 검사의 양심선언은 검란의 결정적 한 장면입니다.

윤석열을 직접 감찰한 법무부 감찰관실 이정화 검사가 29일 검찰내부 전산망에 내부고발성 글을 올렸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을 몰아세우는 핵심쟁점을 뒤집는 내용입니다.

속칭 추미애 라인으로 알려진 담당 검사가 ‘윤석열의 무죄’와 ‘법무부의 서류조작’을 고발한 것입니다.

2.
핵심쟁점은 윤석열이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혐의입니다.

근거는 대검찰청(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만들었다는‘주요사건 재판부 분석’문건입니다.
추미애는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성향 분석(블랙리스트)’을 이용한 사찰이라며 핵심 징계사유로 꼽았습니다.
양승태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블랙리스트를 사법부 사찰에 악용했다면 정말 심각합니다.

3.
그런데 윤석열이 문제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내용이 좀 시시합니다. 판사의 재판 진행스타일이나 판결성향, 취미 등등..
윤석열 말처럼 공개된 정보인데다, 공판담당 검사들이 참고할만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미애와 법무부는 ‘신속한 강제수사가 필요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런데 양승태의 블랙리스트 등 사찰을 입증할만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
이런 국면에서 담당자인 이정화 검사가 양심선언을 한 것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법리검토 결과 ‘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른 검사들의 검토결과도 같았고, 그대로 기록을 만들었다..그런데 그 대목이 아무 설명없이 삭제되면서 윤석열에 대한 ‘수사의뢰’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담당검사가 올린‘무죄’ 보고서가‘유죄’로 둔갑한 셈이죠.

그래서 이정화는 ‘직업적 양심과 소신에 따라’ ‘올바른 결정과 판단을 위해 기록과 씨름하는 평검사 중 한명’으로 양심선언을 했습니다.

5.
이정화 검사가 정파적으로 어느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추미애와 현 정권에선 자기네 편이라고 생각해 대검 과거사위에도 파견하고, 이번에도 대전지검에서 불러온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정화 글에선 정파성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가 얘기하는 것은 ‘합리적 법리검토와 법적 절차’에 대한 무시입니다. 법률가로서 참기 힘든 기본 중의 기본이 무시당했다는 얘기입니다.

6.
이정화는 동시에 ‘평검사의 한명’이란 말로 집단항의성명을 낸 평검사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대다수 평검사들은 이정화처럼 ‘법의 기본정신’이 무시되는 현실에 공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을 감찰하고자 대검을 직접 찾아갔던 평검사 이정화는‘영혼을 팔지말자’는 동료의 외침에 답한 듯합니다.
이 와중에도 이런 검사들의 자각은 반갑습니다. 진짜 검찰개혁입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