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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정부, 메르스 80번 환자 유족에 손해배상 책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이정일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이정일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마지막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로 알려진 '80번 환자'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1심은 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해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6일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손철우 김형진 원종찬)는 메르스 80번 환자 A씨의 유족이 정부·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정부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정부는 유족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5년 5월 림프종암 추적 관찰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걸려 이듬달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10월 A씨는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격리해제조치로 퇴원했다가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 병실에 격리됐다. 그해 11월 A씨는 림프종암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졌다.

이에 2016년 6월 민주사회를 변호사모임(민변)은 유족들을 대리해 국가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 병원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변은 정부가 메르스 14번 환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A씨가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14번 환자의 확진 직후 병원 이름을 공개하는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A씨가 삼성서울병원에 가지 않았을 거라는 설명이다.

또 유족 측은 메르스 1번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을 격리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과 A씨가 기저질환에 대한 정상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를 하지 않은 서울대병원에도 과실 책임이 있다고 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항소심 재판부는 "14번 환자는 2015년 5월 15일부터 17일 사이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메르스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5월 18일 1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신고했다"면서도 "그 이후에 이뤄진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진단 검사와 역학조사가 제때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14번 환자의 감염을 예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과실로 80번 환자가 감염됐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과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5월 19일 1번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하기 시작해 27일 14번 환자가 80번 환자와 같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하기 이전에 감염을 의심하고 추적해 격리조치 할 수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인(A씨)은 5월 27∼29일 사이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4번 환자의 확진 판정과 역학조사는 그 이후 이뤄졌다"며 "14번 환자에 대해 역학조사를 했더라도 망인에게 조기 진단과 치료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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