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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두뇌의 신비] 6. 시각 능력 (下)

중앙일보

입력

상대성 원리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이 국립 서울과학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사람의 뇌야말로 상대성이 철저히 지켜지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검정바탕에 흰 팔괘, 초록과 노란색의 태극으로 된 이상한 태극기 그림이 있다. 그림 가운데 있는 십자표시를 10초 가량 응시하라.

그 다음 바로 옆 회색 사각형의 중앙으로 눈을 돌려보라. 놀랍게도 흰 바탕에 빨강.파랑의 태극과 검은 팔괘가 그려진 제대로 된 태극기가 보일 것이다.

이 현상은 눈의 망막에 있는 신경세포의 작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망막은 뇌의 일부라고 불릴 만큼 뇌와 밀접히 연결돼 있으며, 뇌와 매우 유사하게 상대적인 방법으로 신경정보를 처리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망막과 뇌는 초록색을 맡는 세포와 빨간색을 맡는 세포 중 어느 것의 반응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빨강 또는 초록 하나 만을 지각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초록색을 오래 바라보면 빨강을 맡는 세포는 괜찮지만 초록을 맡는 세포는 지속된 반응으로 피로해져 회색이 빨간색으로 보이게 된다.

노랑과 파랑,검정과 하양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각기 짝을 이루어 비교돼 처리하기 때문에 예의 이상한 태극기를 보고 난 뒤 아무 것도 없는 회색 판을 보면 정상적인 태극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색을 처리하는 방식은 뇌에 이르면 더 정교해진다.한번 노랑에서 파랑으로 색이 점차 변하는 띠 위에 연녹색 직사각형들이 늘어선 그림을 보라.

이 띠들은 모두 같은 색인데도 노랑 바탕 부근에서는 파란 색조를 띠는 것처럼, 또 파란색 바탕 부근에서는 노란색을 띠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뇌의 시각을 맡는 부위에는 이처럼 주변과 비교해 색을 상대적으로 처리하는 신경세포들이 있다.

한 곳의 색과 명암이 주변과 비교돼 결정된다는 것은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면 일상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TV가 꺼져 있을 때 화면은 회색이다. TV를 켜면 화면이 빛을 발하므로 어찌 생각하면 꺼져있을 때의 회색보다 더 어두운 검은 색은 낼 수 없을 것이라 결론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샴푸 선전에는 흑단같이 검은 머리가 나온다.

실제 화면의 검은 머리 부분에서 나오는 빛은 TV를 꺼놓았을 때보다 밝지만, 검은 머리 주변에서 더 밝은 빛이 나오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검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실험도 있다. 둥근 모양의 검은 천을 어두운 방에 매달아 놓고 그 위에만 빛을 비추면 벨벳천이 달처럼 하얗게 빛나 보인다. 여기에 손가락을 들이밀면 빛나던 천이 갑자기 새까맣게 보이고, 손가락을 치우면 다시 하얗게 빛나 보인다. 밝기가 우리의 지식과 상관없이 주변과의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시각의 상대성은 밝기와 색뿐 아니라 형태.운동 등에서도 보편적으로 발견된다. 운동의 방향도 서로 반대되는 방향을 맡는 뇌신경 세포들의 반응을 비교해 결정된다.

독자를 위해 직접 동영상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파일을 인터넷
(psylab.yonsei.ac.kr/~vision/spiral.ppt)에 올려 놓았다. 여기서 나선 그림이 있는 원판을 돌리다 갑자기 세우면 그 방향을 맡는 세포가 피로해져 원판이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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