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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면접관에 왜 특활비로 돈 주나" 계속되는 돈봉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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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기관증인으로 참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달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라임펀드 수사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법무부 기관증인으로 참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달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라임펀드 수사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특수활동비를 주머닛돈처럼 쓴다”고 비판해 벌어진 특활비 논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 검찰 간부가 써왔던 특활비 사용도 외부로 공개됐다.

지난 21일 법무부는 심재철 검찰국장의 돈 봉투 지급 의혹에 대해 “격려금을 뿌린 것이 아니며 직접 준 것도 아니고, 용도에 맞는 예산 집행이었다”고 해명했다. 심 국장은 지난달 신입 검사 면접을 담당한 검찰 간부 20여명에게 50만원씩 1000만여원 격려금을 현찰로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발생한 일인데, 돈을 받은 검찰 간부가 외부로 이를 알리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심재철 국장이 검찰 간부 20명에게 50만원씩 격려금 지급하자 논란 

이에 법무부는 “신임검사 선발 업무 수행지원을 위해 용도를 명백히 적시해 적법하게 예산을 집행했다”며 “검찰국장은 예산 집행 현장에 간 것도 아니고 이를 직접 지급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심 국장의 돈 봉투 지급 의혹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심 국장이 현금을 봉투에 담아 검찰국 직원들에게 각각 30만~50만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추 장관은 “자꾸 ‘봉투에 담아서 줬다’를 문제 삼는데, 현금 지급을 말하는 것”이라며 “돈 봉투 만찬 사건의 회식비처럼 빗대 말하면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현금을 그냥 줍니까? 봉투에 담아서 주지”라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검찰내 불거진 돈 봉투 사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검찰내 불거진 돈 봉투 사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법무부가 두 차례 심 국장에 대한 현금 사용 의혹에 대해 “절차대로 진행했고, 적법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신입 검사 면접을 보면 4일 합숙비와 같은 수당으로 80만~100만원 정도가 따로 나온다”며 “사건 수사에 쓰여야 하는 특활비가 심 국장 이름으로 주어진 건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국 내 전달된 현금도 “외국 정부와 공조하는 국제형사과 정도는 이해하지만, 국회와 교류하는 형사법제과가 받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이나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다.

심 국장의 격려금 지급 의혹이 논란을 빚자 3년 전 돈 봉투 만찬 사건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돈 봉투 만찬은 2017년 4월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등 7명이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며 벌어진 사건이다.

심 국장의 격려금 지급 논란 빚자 3년 전 돈 봉투 만찬 사건도 주목  

안태근 전 국장은 이 자리에서 특수본 검사 6명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넸다. 이 사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하면서 20일 만에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면직 징계가 내려졌다. 이어 이 전 지검장은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지만 2018년 10월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국장도 소송 끝에 올해 2월 대법원에서 면직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돈 봉투 사건과 이번 심 국장 의혹에 대한 비교도 검찰 내부 의견이 엇갈린다. 법무부 근무 경력이 있는 한 현직 검사는 “심 국장이 면접을 본 간부나 검찰국 내 직원에게 돈을 전달한 건 모두 직무 범위 안에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돈 봉투 만찬과 달리 이번엔 심 국장이 집행 현장에 간 것도 아니고 직접 지급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1회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1회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반면 다른 현직 간부는 “당시에는 정말 수사했던 특수본 검사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느냐”며 “수사와는 상관없는 면접 본 간부들에게 돈을 주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에서 특활비 의혹을 계속 문제 삼는다면 본인들이 쓴 돈에 더욱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법무부는 대검에 1회당 500만원 이상 사용한 특활비 내역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큰 수사가 벌어지면 외부에서 파견받은 검사에 수사관 비용까지 챙겨줘야 해 씀씀이가 커진다”며 “사용 내역이 노출되면 수사 기밀 유출 우려도 있기 때문에 영수증 처리도 못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활비는 용도에 맞게 써야 한다”라며 “검찰뿐 아니라 국정원과 경찰, 국회 등에서 쓰이는 현황을 점검해 적절한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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