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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서 미는 가덕도…"TK서 멀고 확장성 낮다" 2016년땐 꼴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자료 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자료 부산시]

 17일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근본적인 재검토 필요" 발표로 김해 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으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덕도가 새로운 신공항 입지로 굳혀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별법을 만들어서 바로 가덕도로 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슈분석]

 그런데 가덕도는 지난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실시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증 용역'에서 김해공항 확장과 밀양 신공항에 이어 3위에 그쳤다. 두 후보지와 비교하면 점수가 꽤 차이 나는 최하위였다.

 ADPi의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당시 ADPi는 영남권 신공항의 주요 특성으로 ▶장거리 운항능력이 있는 국제공항 ▶지역 내 수요에 대한 수용 능력 제고·보완 ▶제한적인 국제선-국내선 환승 ▶글로벌 화물 추세 및 상대적인 수요 감소를 기반으로 하는 여객기 화물칸 운영 ▶제한된 횟수의 지연 출발 및 조기 도착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 등을 꼽았다.

 ADPi, 4년 전 700쪽 넘는 보고서 남겨 

 이에 따라 영남권 신공항의 최대 필요 수용 능력을 4000만명까지 잡았다. 또 활주로 길이는 5000㎞ 이상 장거리 구간을 운항할 수 있는 E등급(A330-350, B787-9) 항공기에 맞는 규모를 산정해 3200m면 충분하다고 봤다.

 이런 조건에 따라서 처음에는 김해, 가덕, 밀양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 해서 35개 후보지를 두고 조사를 벌였다. 이후 조사대상을 좁혀 최종적으로 김해공항 확장과 밀양, 가덕도로 후보지를 압축했다.

ADPi 용역보고서 표지. [자료 국토교통부]

ADPi 용역보고서 표지. [자료 국토교통부]

 그리고 5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김해공항 확장, 가덕도(활주로 2개), 가덕도(활주로 1개), 밀양(활주로 2개), 밀양(활주로 1개) 등이다. 이 중 밀양이나 가덕도에 활주로 2개짜리 신공항을 지을 경우 김해공항의 민간 기능은 폐지하는 조건이다. 또 활주로 1개짜리로 신공항을 짓게 되면 국제선은 신공항에서 담당하고, 김해공항은 국내선을 처리하는 방식을 상정했다.

 입지 평가는 ▶장애물, 공항 간 간섭 등 운영상 고려사항 ▶시장 잠재력, 확장성 등 전략적 고려사항 ▶접근성 ▶소음 등 사회경제적 영향 ▶생태계 영향 ▶비용 ▶리스크 및 실현 가능성 등의 항목으로 나눠 이뤄졌다.

 가덕도, 장애물· 소음 규모 등서 1위  

 가덕도는 이들 지표 가운데 장애물 존재 여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밀양이나 김해공항보다 주변 장애물이 적다는 의미다. 또 비행절차수립의 유용성과 이륙 여건에서도 1위로 평가됐다.

 소음영향도 다른 후보지에 비해 피해 규모가 최소로 나왔다. 24시간 공항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항 개발로 인한 이주 가구 규모 역시 가장 작았다.

부산신항과 가덕도 일대(오른쪽) [연합뉴스]

부산신항과 가덕도 일대(오른쪽) [연합뉴스]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이 지적됐다. 우선 주변 수요 대상 지역에서 도로나 철도를 통해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느냐를 보는 접근성에서 밀양과 김해공항에 점수가 크게 낮았다. 수요 대상 인구의 상당수(90%)가 가덕도까지 이동하는데 최대 3시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반면 밀양은 1시간 57분, 김해공항은 2시간 17분으로 최대 이동시간이 측정됐다. 철도 역시 가덕도가 접근에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덕도는 매립으로 인해 주변 어업에 미칠 악영향도 문제로 지적됐다.

 접근성, 확장성과 비용에선 최저점 

 확장성에서도 단점이 지적됐다. 가덕도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주로 수용 능력에선 다른 후보지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걸로 평가됐다.

가덕도의 도로 접근성 분포도. 빨간색으로 갈수록 접근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료 보고서]

가덕도의 도로 접근성 분포도. 빨간색으로 갈수록 접근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료 보고서]

 문제는 여객터미널이었다. 교통량이 목표치보다 25% 더 증가했을 때 여객터미널의 확장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졌더니 가덕도는 여분의 터미널 시설을 위해 활용할 토지가 다른 후보지에 비해 부족한 거로 조사됐다. 추가 비용을 들여 매립을 더 하기 전에는 어렵다는 얘기다.

 확장성은 김해 신공항 검증위가 김해 신공항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언급할 때 문제점으로 지적한 항목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비할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큰 단점은 막대한 비용이다. 가덕도에 활주로 1개짜리 공항을 짓는데 8조원이 넘게 들고, 2개짜리로 짓게 되면 1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김해 신공항 사업은 5조원이 조금 안 된다. 이 비용도 추정치일 뿐 정밀 조사를 하게 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TK에서 접근시간과 거리, 적정 넘어"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ADPi는 가덕도에 대해 "가덕은 일반적인(natural) 공항 후보지가 아닌 관계로, 공사 비용이 많이 들고 시공리스크도 높을 것이다. 물론 홍콩 첵랍콕이나 마카오 타이파 공항과 같은 곳들이 유사하게 리스크가 높은 지역에 건설되었지만, (이는) 영남지역 신공항 사례와 달리 주변 지역에 이렇다 할 대안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평가했다.

 또 "막대한 양의 입지조성(신지 절도, 매립) 공사는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가덕은 공항 운영상에서 안전성과 소음피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나, 검토 지역 범위내에서 남쪽 끝에 위치한 관계로 특히 대구나 경북지역으로부터의 지상접근 시간과 거리가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라고 적었다.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면 사실상 부산시민과 부산 인근 지역 주민만 이용이 편할 뿐 대구, 경북 지역은 이용 자체가 쉽지 않을 거란 의미다.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의 김해신 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수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토교통부의 김해신 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김해 신공항이 설령 백지화되더라도 곧바로 가덕도로 직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덕도를 포함해 다른 후보지 신청을 받은 뒤 제대로 검증 절차를 거쳐 입지를 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가덕도가 선정된다면 누구도 시비 걸기 어려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24시간 운영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공항전문가는 "인천공항이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이지만 한창 성수기 때도 심야와 새벽 시간에는 비행편이 거의 없었다"며 "무조건 24시간 운영을 요구하기보다는 수요와 여건을 제대로 반영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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