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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과-이과 경계 넘는 ‘신(新)문과’ 추진…학과 체계도 중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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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이 교육에서의 전통적인 문과, 이과 구분에서 벗어나 ‘신문과(新文科)’ 건설을 꾀하고 있다.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산둥(山東)대학에서 ‘신문과 건설 공작회의’가 열렸다.

지난 3일 ‘신문과 건설 선언’ 공식적으로 발표 #서방의 전통적인 문과, 이과 구분에서 벗어나 #중국의 독자적인 학과 시스템 구축 노력 #배경엔 서구 학과가 지향하는 가치관 버리고 #중국몽 달성의 이론적, 문화적 자신감 뒷받침

중국 교육부 고등교육국 우옌 국장은 ’신문과는 중국을 알고 중국을 사랑해 민족부흥의 사명을 감당할 신시대의 문과 인재를 배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치루완바오망 캡처]

중국 교육부 고등교육국 우옌 국장은 ’신문과는 중국을 알고 중국을 사랑해 민족부흥의 사명을 감당할 신시대의 문과 인재를 배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치루완바오망 캡처]

‘신문과’란 개념은 2017년 미국 학계에서 먼저 나왔다. 전통적인 문과의 학과에 이과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것으로 신기술이 철학과 문화, 언어 등 여러 학과와 융합하도록 해 학생에게 종합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중국에선 2018년 8월부터 ‘신문과’ 개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문건에서 “고등교육은 신공과(新工科), 신의과(新醫科), 신농과(新農科), 신문과 등을 발전시킨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사상으로 삼고 있지만 갈수록 이 사상으로 중국인의 두뇌를 무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사상으로 삼고 있지만 갈수록 이 사상으로 중국인의 두뇌를 무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해 4월엔 중국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등 13개 부처가 연합해 전면적인 신공과, 신의과, 신농과, 신문과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4신(四新) 건설’의 하나에 ‘신문과’가 포함된 것이다.

이후 산둥과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허난(河南), 장쑤(江蘇) 등 각 지역에서 ‘신문과’ 건설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3일 산둥대학에서 개최된 ‘신문과 건설 공작회의’에서 ‘신문과 건설 선언’이 발표되며 본격적인 ‘신문과’ 건설의 막이 오르게 됐다.

중국 교육부 고등교육국의 우옌(吳岩) 국장은 “신문과는 문과교육의 혁신발전으로 중국을 알고 중국을 사랑해 민족부흥의 사명을 감당할 신시대의 문과 인재를 배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3일 산둥대학에서 개최된 ‘신문과 건설 공작회의’에서 ‘신문과 건설 선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신문과’ 건설의 막을 올렸다. 서구의 전통적인 문과, 이과 구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중국 치루완바오망 캡처]

중국은 지난 3일 산둥대학에서 개최된 ‘신문과 건설 공작회의’에서 ‘신문과 건설 선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신문과’ 건설의 막을 올렸다. 서구의 전통적인 문과, 이과 구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중국 치루완바오망 캡처]

미국이 학문적 필요성에서 ‘신문과’ 건설을 제기했다면 중국에선 정치적 이유가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둬웨이는 중국이 ‘신문과’ 건설에 나서는 배경으로 세 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 번째는 오랜 기간 중국의 문과 교육이 서구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전엔 소련 모델을 추구해 이과를 중시하고 문과를 상대적으로 경시했다. 그러다 개혁개방 이후 서방 교육 시스템을 답습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데올로기 선전 업무를 특히 중시한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3월 사상정치과 좌담회에 참석한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은 이데올로기 선전 업무를 특히 중시한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3월 사상정치과 좌담회에 참석한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다 보니 문과의 여러 학과가 서방에서처럼 ‘학문을 위한 학문’ 지식 추구의 장으로 변하고 각 학과 간엔 갈수록 넘기 어려운 벽이 세워지며 현실 적응 능력은 떨어졌다.  중국 고대의 지식 체계는 학과의 분류 개념이 없는데 이와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서방의 시각에서 분류된 학과와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가 중국의 정치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방의 가치관이 투영된 현재의 문과 시스템으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1기 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중국몽에는 중국 문화의 부흥 함의가 담겨있기도 하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1기 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제시했다. 중국몽에는 중국 문화의 부흥 함의가 담겨있기도 하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이 현재 필요로 하는 인재는 중국의 국정(國情)에 맞춰 중국을 알고 사랑하며 민족 부흥의 역사적 대임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런 인재 양성을 위한 ‘신문과’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신문과’ 건설은 즉 ‘교육의 중국화’에 다름 아니다.

세 번째는 중국의 국력이 날로 신장하는 현시점에서 중국은 이론적인 자신과 문화적인 자신을 갖추고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부상하는 위상에 걸맞은 발언권을 확보해야 하는 데 이 같은 일을 하려면 ‘신문과’ 건설로 새로운 인재를 배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결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창하는 중국몽(中國夢) 달성을 이론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뒷받침하는 인재 양성 방법의 하나로 ‘신문과’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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