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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유발 '신경단백질의 두 얼굴' 최초 발견

중앙일보

입력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치매.퇴행성 질병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단백질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규명됐다.

과학기술부 치매정복 창의연구단 서유헌(서울대 의대 교수) 단장은 사람 신경세포의 하나인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평상시에는 뇌세포 보호작용을 하지만 뇌 속에 흥분독(毒)이 형성되면 치매성 질병을 유발하는 `이중성'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인용지수(25.5)를 자랑하는 미국 약리학회 발행 `파마콜로지컬 리뷰'(Pharmacological Review) 9월호에 국내 연구 결과로는 처음으로 실렸으며, 실험생물학 분야의 국제 권위지인 `파세브저널(FASEB)' 10월호에도 실릴 예정이다.

또 29일부터 3일간 일정으로 서울 올림피아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신경과학회 연맹' 학술대회에도 발표됐다.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파킨슨병의 발병과 진행에 관여한다는 가설은 97년 처음 제기됐으며, 이후 여러차례에 걸쳐 이 단백질과 신경단위세포(neuron) 사이의 정보 전달과정이 규명됐다. 그러나 이 단백질의 이중성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시누클레인 단백질은 뇌 속 산소가 부족하거나 글루탐산 등의 흥분독이 나타날 때 뇌세포를 보호, 발병을 막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뇌세포에 대한 스트레스 가중현상이 계속될 때는 뇌세포 보호를 위해 시누클레인이 일정치를 넘어 과다 발현되면서 오히려 파킨슨병과 치매 등의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작용 때문에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는 신경세포질에 이 단백질이 뭉쳐 반점(루이소체)을 형성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서 교수는 지난 7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제8차 국제치매 및 관련질환 학회'를 통해 뇌 속의 `C단(端) 단백질'이란 독성 물질이 신경세포를 죽여 치매를 일으킨다는 요지의 학설을 발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서 교수는 '시누클레인 단백질의 발병 메커니즘이 규명됨으로써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치매정복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현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연구된다면 치매, 파킨슨병 등에 대한 획기적 예방약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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