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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지, 책상보다 커" 공부도 가림막 책상서 하는 수험생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자습실. 마스크를 쓴 수능 수험생 20여명이 각각 사이에 책상 두 칸을 비워둔 채 널찍이 앉아있었다. 한 학생은 반투명 아크릴판 칸막이를 설치한 책상에 앉아 시험지를 반으로 접은 채 지문을 읽었다. 복도에서는 선생님들이 투명 칸막이를 앞에 두고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해주고 있었다. 이 학원은 고3 학생과 재수생들의 동선을 따라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학생들의 엘리베이터 이용도 금지했다.

한 수험생이 불투명 아크릴판을 설치하고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사진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한 수험생이 불투명 아크릴판을 설치하고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사진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다음 달 3일 치러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수험생이 다니는 고등학교와 입시 학원가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칫 시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서다. 수험생들은 “‘코로나 수능’ 대비에 공부만큼이나 신경을 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답답한 책상 미리 연습

이번 수능 시험장 책상 앞에는 아크릴 소재의 반투명 가림막이 설치된다. 수험생 앞뒤로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가림막에 답안지 내용이 비치지 않도록 반투명 재질을 사용했다.

수험생들은 고사장 환경이 달라지자 대비에 나섰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 김모(18)군은 “학교에서 몇 달째 책상 앞에 칸막이를 설치해두고 있다”며 “고3 교실에는 대부분 있을 줄로 안다”고 말했다. 전국 81개 지점을 운영하는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학원 차원에서 모든 수능 수험생들이 한 번씩은 칸막이가 있는 환경에서 모의시험을 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입시학원 입구. 화상 체온 측정기등 각종 방역도구와 주의사항 안내판이 놓여있었다. 편광현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입시학원 입구. 화상 체온 측정기등 각종 방역도구와 주의사항 안내판이 놓여있었다. 편광현 기자

다만 일부 수험생들은 “칸막이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구시 달서구 고등학교 3학년생 A(18)양은 “칸막이가 앞에만 있다면 방역 효과도 없는 방해물일 뿐”이라며 “시험지 자체가 책상보다 커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불투명한 칸막이라 답답하기까지 하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한테 맞는 마스크 찾자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시험장에 쓰고 갈 마스크 모델도 공유했다. 주로 귀에 부담이 없고 냄새가 안 나면서 고정력이 좋은 마스크가 인기였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재수생 박모(19)군은 “수험생용으로 유명한 마스크가 있다”며 “히터 위치에도 민감한 수험생들에게는 마스크 착용감도 중요한 고려 요소”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재수학원 강사는 “수능 당일 열이 높으면 격리 시험장에서 정부가 지정한 마스크를 써야 한다”며 “걱정이 되는 사람은 정부 지정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치는 연습을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체온측정 대비 40분 일찍”

이번 수능시험 입실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다. 시험장에 들어가 체온 측정을 하고 증상확인을 거쳐 오전 8시 10분까지 지정된 좌석에 앉아야 한다. 다만 문진 시 발열 등의 증상이 확인되면, 2차 장소에서 다시 검사를 받는다. 여기서 유증상자로 판단되는 수험생은 자가격리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입시학원에서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하는 수험생들. 학원 측은 감염 위험에 대비해 학생들을 한 칸씩 떨어져 앉게 했으며 대화는 금지했다 [사진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입시학원에서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하는 수험생들. 학원 측은 감염 위험에 대비해 학생들을 한 칸씩 떨어져 앉게 했으며 대화는 금지했다 [사진 종로학원하늘교육 제공]

전문가들은 “변수가 많은 시험인 만큼 4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유례없이 변수가 많은 수능”이라며 “미리 시험장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장 앞에서 문진 줄이 길어지거나 생각보다 책상 크기가 작아 놀라는 일도 생길 수 있다”며 “1교시가 긴 지문을 읽는 언어시험인 만큼 일찍 도착해 시험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방심 말자”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의 결시율은 역대 최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는 모의고사부터 결시율이 특히 낮다”며 “이럴 경우 1등급 숫자가 줄어 수시합격자가 수능 최저기준을 맞추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수시에 합격한 학생이라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대표는 “코로나19가 행여 시험에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 마음”이라면서도 “큰 탈 없이 수험생들이 공부한 만큼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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