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과학자가 탄저병 비밀 풀어…在美 박진모 박사

중앙일보

입력

재미(在美)한국인 과학자가 9.11 테러 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탄저균이 인체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박진모(34) 박사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30일자)에 낸 논문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다. 생쥐 실험을 통해 탄저균이 면역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교란, 세포 자살을 일으키는 등 면역체계를 무력화하는 과정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공동 연구자는 같은 대학의 마이클 카린 교수다.

이에 따라 탄저병 치료제의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朴씨는 1998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휴먼 지놈 기능제어 연구를 수행했으며, 지난해부터 UCSD 의대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밟고 있다.

탄저균은 보통의 병원체와는 다르다. 인체에서 첫 면역세포인 백혈구(대식세포)의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고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탄저균이 만드는 독소 단백질이 병원체의 침입을 감지하는 대식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교란, 침입자 경보신호를 자살신호로 바꿔 세포자살을 유도함으로써 면역체계를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식세포가 균의 침입 신호를 외부로 알리기 전에 탄저균이 대식세포를 먼저 죽여 면역체계의 공격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대식세포에 침투한 탄저균이 이 세포를 이용해 번식하고 온몸으로 퍼져나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朴씨는 "탄저균 해독제의 개발은 감염 초기에 면역체계의 교란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