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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씨 빈소, 정치·연예계 등 조문 줄이어

중앙일보

입력

27일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일산 국립암센터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코미디언 선.후배와 각계 인사뿐만 아니라 그간 고인이 남모르게 베풀었던 선행의 수혜자들이 달려와 유족을 위로했다.

밤새 빈소를 지킨 사람들은 평소 그를 따르던 이용식.김학래.최병서.방일수씨 등 코미디언 후배들. 오랜 간병 생활과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으로 실신했던 부인 제화자씨는 28일 오후 기력을 되찾아 두 딸과 함께 문상객을 맞았다.

이날 빈소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정몽준 의원, 전두환 전 대통령, 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 정계 인사가 찾아와 애도했다.

오후 2시쯤엔 김성호 보건복지부 장관이 영정 앞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올려놓았다. 金장관은 "폐암 투병 중에도 금연 공익광고에 출연해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등 떠나는 순간까지 국민을 위해 큰 일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 공연을 마치고 부랴부랴 달려온 가수 하춘화씨는 영정을 붙잡고 통곡하며 "아직도 할일이 많은데 어딜 갑니까. 제 생명의 은인에게 해드린 게 아무 것도 없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춘천고 9년 후배인 엄기영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27일 밤 뉴스 진행을 마치자마자 빈소를 찾았다. 엄씨는 "춘천고 선.후배 사이로 나를 많이 아껴주셨다. 살아 생전 '요즘 시청률은 잘 나오느냐'고 말문을 트고는 늘 저의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을 던지시곤 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밖에 탤런트 최불암.장나라.박경림, 가수 서수남, 코미디언 남보원씨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고 탤런트 이병헌씨는 평소 고인과 일면식이 없었지만 추모의 마음을 전하겠다며 영안실을 찾았다.

한편 장례위원회는 강원도 춘천에 그를 기리는 '이주일의 거리' 조성을 논의 중이다. 장례위원들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장례식을 마친 뒤 유족과 협의해 이주일 장학회 결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코미디언 출신 김정식씨는 고인의 일대기를 디지털 영화로 제작, 고인의 1주기에 맞춰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예인 후배들은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모아 '연예예술인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유명 연예인을 협회장으로 치른 적은 있지만 연극인협회.영화인협회 등이 모두 모여 통합 장례 형식으로 치르기는 처음이다. 고인은 와병에 들어가면서 유족들에게 화장을 부탁했다.

한 측근은 "교통사고로 아들 창원이를 잃은 마당에 딸들이 쓸쓸히 제사를 치르는 모습을 보기 싫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뜻을 받아들여 유해는 성남 장제장에서 화장된다.

그러나 가족들은 고인의 유해를 춘천 경춘공원에 묻기로 했다. 고인이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났지만 학창 시절을 춘천에서 보냈고, 늘 춘천을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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