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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월성1호 폐쇄 결정 당시 청와대 파견 행정관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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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18년 원전 폐쇄 결정 당시 청와대 파견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실상 검찰의 원전 수사 칼날이 청와대를 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부서 파견 2명 휴대폰 포렌식 #청와대 지시 산업부에 전달 역할 #청와대 직접 개입 여부 집중수사 #추미애 “윤석열 정치적 목적 수사”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최근 이들 공무원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 등을 통해 청와대가 원전 폐쇄 결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4월 2일 채희봉(한국가스공사 사장)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파견 행정관에게 “산업부로부터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내용의 장관 재가를 거친 보고서를 받아내라”고 지시했다.

해당 행정관은 산업부 실무자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산업부 실무자들은 “조기 폐쇄하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2년 동안이라도 가동해야 한다”는 보고를 백운규 산업부 장관에게 올렸다. 이에 백 장관이 “너 죽을래. 청와대에 이따위 보고서를 어떻게 내란 것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질문한 이후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문답 중 “윤 총장이 정치적 야망을 드러낸 이후 (원전 수사가) 전광석화처럼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것은 명백히 권력형 비리도 아닌 것이고,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대대적인 압수수색 단행이나 감사원에서 문제 삼지 않았던 청와대 비서실까지 겨냥함으로써 마치 청와대도 조국 전 장관 때처럼 무분별한 수색으로 국민이 ‘정권 차원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의 민주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그야말로 정치적 목적의 편파·과잉 수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예결위에서 “저희가 검찰에 보낸 내용은 경제성 평가 과정, 즉시 가동 중단이라는 조기 폐쇄 시기 결정 과정의 문제점 등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에 대해 범죄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해 수사 참고자료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기대 의원과의 문답 과정에서 “감사위원회 의결은 없었지만 감사위원 중 이의를 제기한 위원은 한 분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부 동의했다는 것이다.

야당의 고발장 제출과 감사원의 수사 참고자료 송부가 모두 지난달 22일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양 의원이 사전 교감 의혹을 제기하자 최 원장은 “국가기관인 감사원 업무사항의 독립성과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정부 정책이 아니라 ‘정책의 집행’이었다”며 “감사원이 보낸 범위 내에서 수사한다면 탈원전 정책 자체에 대한 수사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검찰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준호·김은빈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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