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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 해외 현장학습에 교수들 자녀 동반…'엄빠찬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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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제공

서울여대 제공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들이 지난 2017년 제자들과 함께 떠난 해외 현장학습에 자녀를 동반한 사실이 뒤늦게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 되면서 학생들의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대 청년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엄마아빠 찬스’, '공정성' 등과 연결지을 수 있는 문제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11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현장학습은 2017년 12월 27~30일 진행한 ‘중국 상해글로벌 창업 트랙 현장학습’이다. 2016년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산업단으로 선정된 서울여대가 정부 지원을 받아 시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서울여대의 해당 사업단 홈페이지에는 사업 성과로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프로그램엔 창업계획서를 포함한 서류심사 등을 거쳐 선발된 소프트웨어(SW) 전공 및 연계전공 참여학과 소속 학생 18명이 참여했고, 상하이 푸단대학교와 글로벌 IT 전문 기업 등에서 창업 관련 현장학습을 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인솔 교수 3명이 현장학습에 자녀를 동반했다. 출발 직전 공항에서 동반 사실을 통보했고, 서울여대 학생과 함께한 3명의 교수 자녀 중 2명은 남학생이었다. 이들은 기업 방문 등 현지의 모든 일정을 서울여대 학생들과 함께했다.

이런 사실이 최근 알려진 뒤 학내 커뮤니티에선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학생은 “해외 탐방은 업무 중 하나인데, 과연 업무 장소에 자녀를 데려오는 것이 합당한가”라며 “업무 시간에 자녀를 동행한 것은 학생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분산시켜 본인의 업무도 온전히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측은 “교수 세 명이 자녀들을 현장학습에 동반한 건 사실이지만 참가비는 모두 교수 개인들이 부담했다”고 밝혔다.

서울여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업성과. [홈페이지 캡처]

서울여대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업성과.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학생들은 설령 자비 부담이었다고 해도 서울여대 학생을 대상을 한 프로그램에 자녀들이 참여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부터 삭제한 것도 반발을 키웠다. 학교 측이 교수 자녀들을 포함해 참가한 전원이 촬영된 사진을 해명도 없이 지우자 학생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여대 측은 “미성년자인 교수 자녀들의 얼굴이 나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삭제한 것이지, 문제를 덮기 위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해당 교수들은 ”연말연시에 아이들만 놓고 출장을 갈 수가 없어 현장학습에 데려간 것“이라고 한국일보에 입장을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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