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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앙 졸므 『조지 오웰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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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지 오웰의 길

조지 오웰의 길

지식인들이 종종 애착을 느끼는 거창한 이론이나 보편적 관념에 대한 불신과 날카로운 관찰 감각의 결합에서 탄생한 그의 능력, 즉 선입견이나 이데올로기, 특히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능력은 그를 예외적인 개인으로 만들었다. 오웰은 그리스도적인 어떤 것을 내면에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기존의 질서를 뒤흔든다. 우파에게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지만, 국제주의 좌파에게도 오직 나라와 문화 속에서만, 어떤 사회적 틀 안에서만 자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반파시즘도 그를 맹목적인 사람으로 만들지 않아서, 자신들 진영에 전체주의적 방식을 적용해 대의를 저버리는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고발도 서슴지 않는다.

아드리앙 졸므 『조지 오웰의 길』

어쩌면 오웰은 ‘반맹목주의자’인지도 모른다. 르포 작가인 저자는 오웰의 발자취를 좇으며 시대를 넘어 오웰이 읽히는 이유를 찾는다. “이론이나 보편적인 생각에 이끌리지 않고 견해를 세우기 전에 주어진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자 하는 그의 신체적 욕구”,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거의 폭력적이기까지 한 그의 정직성”이 그 힘이라고 결론 내린다. “상투적인 선전 구호와 지적 순응주의에 반대하는” 자가 오웰이란 설명이다.

한때 미얀마의 영국 식민지 경찰에서 일했던 오웰은 사회적 현실에 눈떴고 파시즘과 싸우려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지만, 오히려 배신자로 몰린다. 이때 우파 전체주의 못지않은 좌파 전체주의의 폐해를 목격한 것이 10년 뒤 『1984』의 탄생에 영감을 줬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