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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다 좋은데 기량이…한국전력 “어찌할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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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일 대한항공전에서 불안한 자세로 리시브를 하는 한국전력 카일 러셀. [사진 KOVO]

8일 대한항공전에서 불안한 자세로 리시브를 하는 한국전력 카일 러셀. [사진 KOVO]

바꾸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믿고 가기에는 불안하다. 프로배구 컵대회 최우수선수(MVP)인 한국전력 카일 러셀(27·미국)이 ‘계륵’ 신세다.

수비 부담으로 공격 부진 이어져 #교체도 어려워 다른 활용법 고민

한국전력은 8월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러셀의 활약이 대단했다. 러셀은 지난해까지 3년간 서브 리시브를 하지 않는 라이트로만 뛰었다. 그런데 V리그에 오면서 리시브도 해야 하는 레프트로 변신했다. 러셀은 컵대회 당시에도 수비가 좀 흔들렸다. 그래도 2m6㎝ 큰 키를 이용한 공격이 돋보였다.

사실 컵대회 전까지 러셀은 ‘퇴출 후보’로 꼽혔다. 다른 팀과 연습경기 때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게 이유였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절친한 친구인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에게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한국전력은 과거 한국에서 뛴 레프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후보 물망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러셀의 컵대회 활약으로 없던 일이 됐다.

정규시즌의 러셀은 컵대회 당시의 그 러셀이 아니었다. 상대 서브가 집중되자 좀처럼 버텨내지 못했다. 수비(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니 공격까지 영향을 받았다. 박철우가 고군분투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러셀의 공격 성공률은 외국인 선수 7명 가운데 6위다. 리시브 효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력의 핵인 외국인 선수 부진은 팀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전력은 개막전에서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졌다. 이후 연패에 빠졌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박철우 하나로는 어려웠다. 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졌다. 1라운드를 6전 전패(승점 2), 순위는 최하위다.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우선 트라이아웃 신청자 중 대체 선수를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탓에 입국한 뒤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몸 상태를 잘 관리한다고 해도 팀원과 손발을 맞추는 데는 또 시간이 필요하다. 무증상이었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KB손해보험 케이타도 팀 합류에 2개월 걸렸다.

기량을 빼면 다 좋다. 훈련에도 성실하고, 동료와 잘 어울린다. 8일 경기에서는 자신의 스파이크에 대한항공 비예나가 맞자, 괜찮은지 챙기는 따뜻한 심성도 내보였다. 한국전력이 교체를 고민하는 또 다른 이유다.

장병철 감독은 ‘플랜 B’도 모색 중이다. 노장 박철우가 쉬지 않고 시즌 내내 뛰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러셀과 박철우를 라이트에서 교대로 뛰게 하는 방법이다. 러셀이 맡았던 레프트 빈자리에는 이승준, 임성진 등 신예를 기용한다. 장 감독은 “러셀이 좋아지고 있지만, 좀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러셀도 잘 알고 있다. 최선은 박철우와 러셀이 양쪽에서 함께 잘해주는 것이지만, 그게 안 된다면 둘 다 라이트로 쓰는 걸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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