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에이즈 신약 'T-20' 공급부족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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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실험을 통해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치료제 `T-20'이 시판하기도 전에 과잉수요로 인해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로슈가 2일 밝혔다.

`퓨젼(Fuzeon)'이라는 브랜드로 내년 1.4분기중에 시판될 예정인 `T-2O'은 기존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내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만명의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의학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윌리엄 번즈 제약부문 사장은 이날 '단기적으로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잠재적 수요를 맞추기 위해 우리의 능력범위를 벗어나 생산을 늘릴만한 여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고 스위스국제방송은 전했다.

번즈 사장은 내년 3월까지 공급할 수 있는 `T-20'의 물량은 3천명분에 불과하며 내년말쯤에 2만5천명분의 공급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에이즈 치료제 16종이 모두 에이즈 바이러스가 체세포에 침투한 후에 바이러스를 공격하는데 사용되는 것과 달리 주사제인 `T-20'은 바이러스가 체세포에 침투하기 전에 제거하도록 되어 있다.

로슈와 미국 생명과학 자회사인 트리메리스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에이즈총회에서 `T-20'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2차례에 걸친 임상실험 결과 T-20을 투여한 환자중 37%는 24주후에 바이러스가 감지되지 않았으나 기존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은 16%에 불과했다. 2차 임상 실험에서도 T-20의 성공률은 기존 치료제의 2배에 달하는 28%로 나타났다.

로슈는 정식 시판에 앞서 오는 9월말 또는 10월초부터 치료가 시급한 환자 1천200명에게 무료로 임상실험중에 있는 `T-20'을 조기 공급할 계획이다.

로슈는 `T-20'의 시판 가격을 결정하지 않았으나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T-20'이 106단계의 합성과정을 요하는 제조 과정을 거치는 등 사상 최고의 복합 단백질을 함유하기 때문에 환자 1인당 연간 1만-1만2천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T-20는 내복액이 아닌 주사제로 투여돼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최고 예상 매출액은 3억-6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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