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택시도 리스시대 열리나…회사 택시 빌려 개인택시로 활용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인택시 기사 긴급 고용안전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역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택시 기사 긴급 고용안전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역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 택시 기사가 개인택시 면허 없이 개인택시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택시 기사가 법인 택시를 리스하는 형식이다.

장기근속 법인택시 기사, 회사 택시 임대

전국택시노조연맹(전택노련)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택시조합)은 이런 내용의 노사공동 선언문에 지난달 22일 서명하고, 공동 추진에 나섰다.

법인택시 노사, '사내 개인택시' 추진 논란

법인 택시 회사가 장기근속 운전자에게 운송사업 면허와 차량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내 개인택시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일종의 '택시 리스제'로 택시운전자가 회사에 일정액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내 법인택시를 회사의 간섭이나 사납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행해 수익을 올리는 형태다.

"자율근로, 고용안정, 노후 근로 보장"

택시 노사가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택시 운휴가 늘어나는 데다 사납금은 계속 높아져 택시 노동자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노조로선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율 근로 보장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 개인택시 면허를 받으려 장기간 대기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고용안정은 물론 노후 근로보장까지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획일적인 택시 근로 방식을 다양화하고, 택시업계 종사자의 수입 저하를 막는 효과도 노조는 기대하고 있다.

이헌영 전택노련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택시 운전자는 어떻게든 회사에서 버티려고 하지만 사정이 만만찮다"며 "특히 운행한다고 해도 승객이 줄어 사납금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제도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서 있는 택시 운행률 높여 경영도 숨통"

이 제도가 도입되면 회사 경영에도 숨통이 트인다. 이양덕 택시조합 전무는 "현재 전국의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택시 중 40%가량이 차고지에 세워져 있다"며 "사내 장기근속 직원에게 빌려주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면 운행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감차 압박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노사의 분석이다. 지자체는 개인택시 대기자가 넘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문제를 운행하지 않는 법인택시를 활용해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불법…노사, 연구용역 발주 "법 개정 작업 나설 것"

하지만 '사내 개인택시'제도가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법상으로는 면허 대여가 불가능하다. 법인택시를 임대하면 불법 도급이 된다. 따라서 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법의 관련 조항을 고쳐야 한다.

이와 관련 택시 노사는 3개월 전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전무는 "11월 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의견 수렴을 거쳐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띄우려 한다"며 "올해 안에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노사 합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정부와 국회에 법안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사내 개인택시'를 임대받을 수 있는 택시 운전자의 조건도 정해야 한다. 준개인택시 개념을 도입해 개인택시에 준하는 엄격한 자격을 갖춘 운전자에게만 택시를 리스해준다는 방침에 노사가 의견 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료 책정을 둘러싸고도 노사 간의 진통이 예상된다. 이 전택노련 국장은 "실제 도입하기 위해서는 임대료뿐 아니라 운수근로자관리감독 문제 등 노사정 협의기구를 통해 조정해야 하는 조건들이 많다"고 말했다.

'타다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까지 차량 시위에 나선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의 택시가 지난 3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정차돼 있다. 연합뉴스

'타다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까지 차량 시위에 나선 서울개인택시조합원들의 택시가 지난 3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정차돼 있다. 연합뉴스

개인택시 운전자 "불법 조장 행위" 강력 반발

개인택시 운전자의 반발도 변수다.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타다'가 좌절한 이유 중 하나가 개인택시 기사의 이런 불이익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실제로 개인택시 운전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택시를 도급으로 빌려 온갖 중대 범행이 발생해 택시의 위상이 추락했다"며 "리스제 유형의 불법은 아무리 개선을 한다하더라도 사업면허권자가 택시를 빌려주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택시업계는 불법을 조장할 게 아니라 올바른 택시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개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무는 "택시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총량을 유지하면서 유휴 택시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내려갈 위험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