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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늘린다더니 '택시만'…7개월만에 나온 모빌리티 권고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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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 더 많이 만든다더니, 택시만 더 많이 나오게 생겼다."

국토교통부가 3일 발표한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두고 스타트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당초 ‘타다’가 더 많이 나올 법을 만들겠다 했지만 결국 택시‘만’ 더 많이 나오는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지난 3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 당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중앙포토]

지난 3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 당시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중앙포토]

정책 권고안은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 사업(운송·가맹·중개)의 세부 제도화 방안을 담았다. 지난 3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국회서 통과될 당시 '타다 '운영사인 쏘카·VCNC를 제외한 스타트업 대부분은 법 통과를 지지했다. 타다 베이직(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없애는 법이었지만,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도화 방안도 함께 담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7개월 여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부 방안은 스타트업계의 기대와는 달랐다. 스타트업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기존 택시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는 방향이어서다. 이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권고안에 대해 “실망을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스타트업 진입장벽 높아져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플랫폼 운송사업의 핵심 쟁점은 ‘기여금’과 ‘허가 총량’이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선 기여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고안에 ‘면제’는 사라졌다. 대신 보유 차량 100대 미만인 사업자에겐 2년간 기여금 납부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기여금은 300대 이상 사업자의 경우 ▶매출의 5% ▶운행횟수당 880원 ▶월정액 40만원 중 택하도록 했다. 만약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차량 1000대를 1년간 운행한다면 월정액 40만원 기준 총 48억원을 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체에 부담이 더 적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며 “혁신위 권고에 따라 면제 방안은 빠졌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대수 별 기여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대수 별 기여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스타트업계는 이런 조건으론 택시와 경쟁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택시는 이미 차량이 있고, 유가보조금 등 지원도 받는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는 차 사고 기사 고용하고, 기여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택시같은 배회 영업은 못하고 소비자 호출에만 응할 수 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중개만 하는 우버와 달리 국내 플랫폼은 운영 부담도 상당히 크다"며 "운행횟수당 300원을 넘는 기여금은 스타트업의 진입부터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몇 대나 면허 허가를 받을 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로 사업계획을 짜야할 처지다. 정부 권고안은 택시 면허 허가 총량을 설정하지 않았다. 심의위원회에서 총량을 조절하도록 했다.

택시는 기여금 확보·복수가맹 허용

권고안은 기여금을 ‘개인택시의 청장년 기사 전환시 인센티브, 고령 개인택시 감차’에 활용하도록 했다. 감차가 필요할 만큼 택시면허가 넘치는데, 기여금을 지급해 이 면허를 청장년층에 넘기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가 넘쳐나서 플랫폼 택시 허가를 마음대로 못 내주겠다 해놓고 택시면허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지원금 주는 게 말이 되냐”며 “신생 마트더러 재래시장 설비 다 고쳐주고 퇴직금까지 주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사업자 3유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플랫폼 사업자 3유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위법 논란도 있다. 권고안은 법인택시 회사가 여러 가맹업체와 계약을 복수로 맺을 수 있게 허용했다. 예컨대 법인택시 한 곳이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와 마카롱 가맹택시를 모두 운영할 수 있단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권고안대로 하면 현행 가맹사업법상 겸업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는 돈 더 내야 할 가능성

이번 권고안이 시행령으로 확정되면 소비자로선 기존과 유사한 서비스에 이용료만 더 내야할 수도 있다. 플랫폼이 떠안은 기여금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다. 새로 투입된 ‘메기’가 변변찮으면, 기존 택시도 서비스 개선 동력을 찾기 어렵다.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자율신고후 중개료를 받을 수 있게 허용 한 점도 택시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지방자치단체가 콜비 1000원 이상을 못 받게 차단했지만, 앞으로는 혼잡시간에 플랫폼이 더 많은 중개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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