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치료제 개발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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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의 에이즈 환자들은 95년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유형의 항(抗)레트로바이러스 약이 시판될 것으로 보이는 금년말에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될 것 같다.

7일 BBC 인터넷판에 따르면, 퓨전 반응억제제들로 불리는 이 약은 바이러스의 번식을 중단시키는 현행의 약들까지는 달리 무엇보다도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반응억제제들의 투여는 현행 치료법과 병행될 것이지만 연구진들은 투약요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추구하고 있다. 즉 HIV(에이즈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보다는 이 바이러스가 파괴한 면역체계를 재건하는 것이다.

HIV는 CD-4 세포라 불리는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점차 파괴하는데 면역요법은 인체가 이같은 면역세포들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자극한다. CD-4의 수를 증가시키는 인터루킨-2(IL-2)을 포함한 몇가지 다른 약들이 연구되고 있다.

퓨전 반응억제제나 면역요법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개도국 환자들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그러나 비용이 덜드는 백신이라면 가능하다.

인간에 대한 HIV 백신 실험은 모두 30번정도 있었고 이중 두번만 효력입증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이루어지는 3단계까지 진행됐다. 두 경우 모두 에이즈백(AIDSVAX)으로 불리는 백신을 사용했으며 최종결과는 내년에 나온다.

이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징후도 있지만 일부 학자들은 에이즈백이 너무 단순해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유엔 에이즈기구인 UNAids의 백신연구담당인 호세 에스포사씨는 '이 백신은 항체라는 한 종류의 면역반응만을 유도하게 만들어졌으나 항체뿐만 아니라 세포조정 항체라 불리는 다른 종류의 면역반응도 필요하다고 믿는 학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인체세포 밖의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항체들은 세포조정 항체의 도움이 있어야 이미 감염된 세포를 구분해서 인식, 죽일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약과 백신외에 HIV를 공격하는 새로운 방법은 일종의 화학 콘돔을 사용하는 것이다.

성관계를 갖기전 여성이 질안에 이 콘돔을 착용하면 HIV를 죽여, 감염을 예방하는 것인데 아직까지 성공사례는 없다.

연구진들은 화학 콘돔중 Non-Oxynol 9(N-9)에 기대를 걸었으나 N-9이 질 안쪽에 손상을 입혀 오히려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보다 기초적인 과학이 전혀 다른 에이즈 치료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몇년전 노벨상 수상자인 필립 샤프 박사는 인간이 유전자 단계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타고난 방어능력을 갖고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샤프박사는 이제 이같은 방어시스템을 이용, 이중나선형 RNA로 하여금 바이러스가 필요로하는 유전자들을 차단하도록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키는데 필요한 세포유전자를 차단하거나 또는 감염이 진행되는중 바이러스 유전자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같은 초기단계 실험이 구체적인 결실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샤프박사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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