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조국의 일리 있는 내로남불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스1

조국 페북에 올린 글..과거 검찰 권력눈치보기 비판은 옳다 #같은 잣대로 현정부 비판할 수 있어야 내로남불 소리 안들어

1.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다이하드 스타일이네요.
권력에서 쫓겨난 처지에서도 SNS를 통해 정치적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끈기가 대단합니다.
마침내 안타를 쳤습니다.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검찰 비판 글은 울림이 있습니다.

‘검찰이 2007년 대선 직전 이명박 후보의 다스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 내렸을 때, 왜 침묵했나요?’
‘두번에 걸쳐 김학의 법무차관의 성범죄에 무혐의 처분 내렸을 때, 왜 침묵했나요?’

마침 지난주 이명박과 김학의에 유죄선고가 있었습니다. 두 판결은 모두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근거로 맞아 떨어집니다.

2.
이명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무려 14년에 걸친 의혹논란의 마침표입니다.

문제는 2007년 이명박이 야당(당시 한나라당) 대권후보가 되면서부터 제기됐습니다. ‘다스가 이명박 소유냐’가 쟁점입니다. 이명박 소유일 경우 관련 비리의 책임도 져야하니까요.

당시 이명박은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되던 후보였습니다. 검찰은 대선 2주 전 이명박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취임직전 다시 특검이 출범했지만 역시 ‘무혐의’였습니다.

3.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2017년 참여연대가 이명박을 고발했습니다. 1심서부터 유죄(징역15년) 로 시작해 일사천리, 대법원에서 17년이 확정됐습니다.

사실 다스가 이명박 소유일 것이란 짐작은 누구나 했을 정도로 개연성이 높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권력에 있는 동안, 그리고 같은 보수정권(박근혜) 동안 검찰은 침묵했습니다.

이명박측은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합니다. 10여년전 두차례 무혐의가 정권 바뀌자 중형이 되었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랄 수 있죠.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가능합니다.

4.
김학의 사건은 검찰 선배를 봐주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집단이기주의에 해당됩니다.

김학의는 파렴치한입니다. 2006년부터 상당 기간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와 뇌물 등을 받았습니다. 건설업자 수사에서 섹스ㆍ마약까지 온갖 지저분한 사실들이 다 나왔습니다.
사건이 드러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학의가 추잡스런 행태를 보이는 술판 동영상이 시중에 나돌면서부터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김학의에 대한 수사를 건성으로 했습니다. 두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5.
결국 문재인 정권 들어서 본격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항소심에서 유죄확정(징역2년6월)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접대와 건설업자 뇌물 등 세상의 이목을 끌었던 죄상의 대부분은 무죄입니다. 이미 그사이 많은 세월이 흘러 공소시효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유죄를 받은 범죄는 다른 건설업자에게 받은 돈입니다. 그나마 1심에선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였습니다.
따라서 최종심에서 다시 뒤집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김학의는 완전 무죄가 됩니다.
실제로 심각한 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검찰이 감싸주면 벌을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6.
이명박과 김학의 두 사건만 보자면 조국의 말은 맞습니다. 검찰이 잘못했습니다.

‘(왜 이 두 사건에 대한) 자성의 글이나 당시 수사책임자에 대한 비판은 없나요?’라는 지적은 검찰이 반성해야할 대목입니다.

그런데 조국의 비판은 여기까지만 맞습니다.
그래서 현재 추미애 장관의 무리수에 항의하는 일선 검사들의 항의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면 안됩니다.
그래서 공수처가 출범해야 한다는 것도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7.
조국의 비판은 기본적으로 보수정권 시절의 잘못을 지적한 대목에서 맞지만, 그렇다고 그 지적이 현정권의 잘못을 감춰주지는 못합니다.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는 문제 맞습니다.
그러면 지금 문재인 정권은 검찰에 눈치보기를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요? 추미애 장관의 언행은‘저울 없이 칼을 휘두르는 폭력’입니다.

조국은 같은 기준으로 현 정권도 비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