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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반발에 유보금 과세 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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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기업이 비상용으로 쌓아둔 현금(유보 소득)에 세금을 물리기로 한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2년 안에 경영 목적으로 쓴다면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열린 경제단체 간담회에서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2년내 경영에 쓰면 비과세 #“탈세용 법인 많아 폐지는 안해”

개인유사법인은 최대주주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오너 일가) 보유 지분이 80% 이상인 기업을 말한다. 기업(법인)이면서도 주주가 1명이거나 친인척 몇몇이라 사실상 개인과 같은 성격을 띤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개인유사법인 과세 제도를 신설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80%가 넘는 법인이 배당 가능한 소득(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돈을 현금으로 쌓아둔다면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위기 상황을 대비해 쌓아둔 유보금에 세금을 물린다는 이유에서다. 오너 일가 지분이 80% 이상인 회사는 대부분 비상장 중소기업이다.

중기업계 반발에 이날 기재부는 보완 방안을 내놨다. 우선 이자·배당소득, 임대료, 사용료, 업무와 관계없는 부동산·주식·채권 처분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미만인 법인(적극적 사업법인)이 그해, 또는 이후 2년 내에 투자, 부채 상환, 고용, 연구개발(R&D) 등에 쓴 돈은 과세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다만 2년 연속으로 이자·배당소득, 임대료 같은 수동적인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수동적 사업법인)은 예정대로 유보금 과세 대상에 들어간다.

기재부는 이날 보완 방안을 내놓으면서도 초과 유보금 과세 폐지 의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차관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간 차이 등에 따라 소득세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법인을 남용하려는 유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재부는 법인 설립 요건이 완화(5000만원 최저자본금 규정 폐지, 감사 불필요)된 틈을 타 개인사업자가 세금을 피할 목적에 법인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고 봤다. 법인세율(10~25%)이 소득세율(6~42%)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법인은 경비 처리나 배당 지연 등 세금을 줄일 방법이 개인사업자보다 많다는 것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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