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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아스팔트 도시 서울 “2000년부터 사막화 진행중”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낮 최고기온 37도를 기록한 대구 시내 도로에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린 모습. 아스팔트에 뿌린 물은 대기 중으로 증발하며 잠깐 주변을 식히지만, 땅 속으로 흡수되지는 못해 근본적인 지표면의 습도를 높이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대기중으로 습기를 공급하지 못해, 대기를 건조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연합뉴스

지난 8월 낮 최고기온 37도를 기록한 대구 시내 도로에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린 모습. 아스팔트에 뿌린 물은 대기 중으로 증발하며 잠깐 주변을 식히지만, 땅 속으로 흡수되지는 못해 근본적인 지표면의 습도를 높이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대기중으로 습기를 공급하지 못해, 대기를 건조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연합뉴스

"서울이 빠르게 사막화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 연구팀이 28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2020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 발표한 내용이다.

정수종 교수 연구팀은 1973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과 인천, 서울을 둘러썬 수원·이천·양평·철원·춘천 기상관측소의 일 평균 지상기온, 상대습도, 풍속, 강수량 등등을 분석했다.

건조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강수량을 '잠재 증발산량'으로 나눈 '건조 지수'를 만들어 계산했다. 정수종 교수는 "건조지수는 아열대가 열대로 변하거나, 한대가 온대로 변하는 등 긴 시간 범위의 '기후대 변화'를 볼 때 많이 쓰이는 지수"라고 밝혔다.

잠재 증발산량은 흙이 덮인 표준 지표면 환경에서 대기 중으로 수증기가 빠져나가는 양을 수치화한 지수다. 강수량이 적을수록, 잠재증발산량이 클수록 땅으로 흡수되는 수분 양은 줄고, 건조지수도 주는데, 그만큼 사막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2000년 이후 서울, 비는 줄고 더 빠르게 말랐다

2019년까지 서울의 기상관측자료를 이용해, 장기적으로 대기의 습도에 영향을 끼치는 지표면의 수분함량을 뜻하는 '건조지수'를 계산한 그래프. 서울의 건조지수는 2000년까지 다소 증가하다가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감소했다. 도심 대기가 빠르게 건조해졌다는 뜻이다. 자료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연구팀, 한국기상학회

2019년까지 서울의 기상관측자료를 이용해, 장기적으로 대기의 습도에 영향을 끼치는 지표면의 수분함량을 뜻하는 '건조지수'를 계산한 그래프. 서울의 건조지수는 2000년까지 다소 증가하다가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감소했다. 도심 대기가 빠르게 건조해졌다는 뜻이다. 자료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연구팀, 한국기상학회

서울은 2000년까지는 강수량이 늘어나다가, 2000년대 이후 강수량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잠재 증발산량은 2000년까지 큰 변화가 없다가 2000년대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강수량이 줄어들고 동시에 잠재증발산량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서울의 건조지수는 2000년대 이후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0년대 이후 서울의 건조화 경향은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도 더 두드러졌다. 서울을 둘러싼 6개 관측소와 비교했을 때, 서울은 강수량이 약 2% 적고, 잠재증발산량은 약 2.5% 컸다. 건조지수는 주변 지역에 비해 3.7% 낮았다.

서울은 2000년까지 강수량이 다소 증가하다가, 2000대 이후 급감했다. 지표면에서 대기중으로 날아가는 수분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잠재증발산량은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표면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대기는 점점 건조해진다. 자료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연구팀, 한국기상학회

서울은 2000년까지 강수량이 다소 증가하다가, 2000대 이후 급감했다. 지표면에서 대기중으로 날아가는 수분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잠재증발산량은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표면이 머금고 있는 수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대기는 점점 건조해진다. 자료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연구팀, 한국기상학회

연구팀은 건조화 속도가 차이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복사량(대기를 통해 지표로 전달되는 태양에너지의 양)과 대기의 상대습도를 비교했다. 서울은 2000년대 이후 주변 지역보다 복사량이 2.4% 많았고, 상대습도는 3.8% 줄었다. 정수종 교수는 "비도 줄어들고,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의 양은 늘어나면서 지표면이 품고 있는 수분의 양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팔트·시멘트가 열은 흡수하고 물은 막아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여름, 7월 20일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빨간색은 38도, 노란색은 34도, 연두색은 31도다. 주변보다 두드러지게 온도가 높게 측정되는 '열섬'이 만들어진 모습이다.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함께 진행되면 '열섬'과 함께 '건조섬'도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여름, 7월 20일 서울 남산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도심. 빨간색은 38도, 노란색은 34도, 연두색은 31도다. 주변보다 두드러지게 온도가 높게 측정되는 '열섬'이 만들어진 모습이다.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함께 진행되면 '열섬'과 함께 '건조섬'도 만들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포토

연구진은 서울의 사막화는 땅을 덮인 아스팔트·시멘트 등이 열은 흡수하고 물은 차단해 '열섬 효과'와 함께 '건조섬 효과'(주변보다 확연히 건조한 현상)를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정수종 교수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아스팔트·시멘트·보도블록에 덮여 물이 대기 중으로 증발할 수 없고, 내린 비도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나가는 환경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향후 도시 설계엔 비가 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방식을 적용하는 한편 지면의 시멘트·아스팔트 포장을 가급적 늘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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