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라지지 않는 기생충…10m 긴촌충·요충 여전히 기승

중앙일보

입력

1980년대 초만 해도 해마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기생충약을 먹었다.'회충.요충.십이지장충 일격에 박멸!'이라는 광고 문구가 유행했다.

그러나 요즘 구충제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 회충은 국내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기생충은 완전히 사라진 걸까.

충북대 엄기선(의대)교수는 "관심을 끌던 몇몇 기생충이 사라졌을 뿐 장에 살며 빨판을 가진 흡충류나 이른바 선진국형 기생충이라는 조충류는 발견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연어.농어 등을 많이 먹는 북유럽인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광절열두조충'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는 것.

흔히 '긴촌충'으로 알려진 이 기생충은 장 속에 살면서 사람에게 큰 해를 주지는 않으나 몸 길이가 10m까지 자라기도 한다.

요충도 사라지지 않아 어린이의 5% 이상이 감염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멸종하다시피한 것은 회충.십이지장충 정도다.

회충은 각종 병을 일으켜 열심히 박멸운동을 벌인 데다 한편으로 화장실 위생이 좋아져 전염 우려가 없어진 까닭에 사라졌다. 십이지장충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나 회충약 때문에 덩달아 박멸된 경우다.

기생충 가운데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것들도 있다. 단국대 서민(의대) 교수는 "일본주혈흡충 수컷은 등이 파여 있어 여기에 암컷을 넣고 다니며 1부1처로 지낸다"고 말한다.

또한 사상충은 밤에만 행동하는데,이는 밤에 활동하는 모기가 사람을 물어야 이를 통해 알을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상충은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밤낮이 바뀌어도 이를 알아채고 밤에만 활동한다는 것이다.

간흡충(디스토마)은 암수 한몸이면서도 꼭 두 마리가 짝을 지어 산다. 같은 몸 안에서 교배하면 열성 유전자가 대물림되므로, 서로 다른 개체 간에 정자를 주고받아 열성 유전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한 기생충의 생태와 감염 경로, 전세계적으로 많이 발견되는 지역 등을 담은 웹사이트가 곧 국내에 등장한다.

엄기선 교수를 주축으로 기생충학회가 만들고 있는 '기생충 아틀라스' 홈페이지가 그것. 6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 관련정보 안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