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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론조사 "4년전 실패 더이상 없다"...문제는 코로나19·우편투표 변수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미 여론조사 기관들은 2016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응답자 학력에 대한 가중치를 도입하는 등 여론조사 방식을 보완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미 여론조사 기관들은 2016년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응답자 학력에 대한 가중치를 도입하는 등 여론조사 방식을 보완했다. [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름 앞둔 1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여전히 전국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다. 여론조사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평균에 따르면 바이든은 전국 지지율 51.3%로, 트럼프 대통령(42.4%)보다 8.9%포인트 더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플로리다ㆍ펜실베이니아 등 6대 경합주의 격차는 평균 4.1%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다.

미 대선 여론조사 전국 단위 #바이든이 트럼프 8.9%p 앞서 #경합주서는 평균 4.1%p 우세 #'클린턴 당선 확률 90%' 오보 경험에 #저학력 유권자 가중치 줘 정확도 높여 #코로나 확산·우편투표 증가는 새 변수

하지만 트럼프와 바이든 선거캠프 모두 지지자에게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뒤지는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론조사는 가짜이고 틀렸다”고 주장한다. 앞서는 바이든 캠프 역시 마음을 놓지 못한다. 젠 오말리 딜런 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가 틀릴 수 있고, 투표율을 고려하면 몇몇 핵심 주에서는 동률일 수 있으니, 추격하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양당이 신중한 이유는 '2016년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4년 전 대통령 선거 당일(11월 8일)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 후보가 이길 확률을 85%, 트럼프 후보가 이길 확률은 15%로 예측했다. 전국 및 주(州) 단위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NYT가 자체 설계한 선거 예측 모델을 적용한 결과였다.

NYT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은 클린턴 승리를 예측했다. 학자와 실무자로 구성된 미국여론연구협회(AAPOR)에 따르면 당시 클린턴 당선 가능성은 약 90%로 추정됐다. 기관별로 적게는 71%에서 많게는 99%까지 예상했다. RCP 전국 여론조사 평균은 선거 바로 전날까지도 클린턴 승리를 예측했다. 마지막 여론조사 평균(11월 1~7일)은 클린턴(46.8%)이 트럼프(43.6%)를 3.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 결과에서도 클린턴(48.2%)이 트럼프(46.1%)를 2.1%포인트 앞섰으니 전국 단위 지지율은 제대로 맞힌 셈이다. 하지만 주별 선거인단 확보에서 앞선 트럼프 후보가 결국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대선 여론조사 추이가 2016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당시 ‘오보’를 낸 기관들도 긴장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전국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한 번도 선두를 내준 적이 없고, 경합주에서는 한때 크게 앞서다가 최근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2016년 최대 실패 요인으로 경합주에서 조사 대상자 학력에 따른 가중치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대졸 이상 학력의 유권자는 고졸 이하보다 대체로 여론조사 응답률이 더 높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도 비율을 제대로 조정하지 않고 발표한 여론조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진보 성향 고학력 유권자 의견이 과잉 반영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론조사 응답자 60%가 대졸 이상이지만, 주 전체 인구에서 대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그칠 경우 응답자 학력 비율을 인구 통계에 맞게 조정해야 특정 집단 의견이 불균형하게 반영되지 않는다.

여론조사업체들이 이를 간과한 건 학력에 따라 확연히 지지 후보가 갈리는 것은 트럼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기 때문이다. 몬머스대학 여론조사연구소 패트릭 머리 소장은 위스콘신 공영라디오(WPR) 인터뷰에서 “2016년 이전에는 대학 학위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 투표 성향에 큰 차이가 없어 학력에 가중치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많은 경합주에서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조기에 끝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마르케트대학의 경우 2016년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위스콘신에서 마지막 여론조사를 한 결과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6%포인트 앞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즈음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이 터졌다. 클린턴 지지율은 뚝 떨어졌지만, 일찌감치 종료된 경합주 여론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클린턴과 트럼프 지지율 격차(6%포인트)보다 많은 7%의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통상 부동층 표심은 반반으로 갈리는데 2016년 이례적으로 트럼프에게 쏠린 것도 이변을 만드는 데 한몫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일부 유권자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지지 의사를 드러내지 않는 일명 ‘샤이 트럼프 효과’도 여론조사를 빗나가게 만든 요인이다. 2016년 선거에서 막판에 공화당 지지자 투표율이 올라갔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클린턴 후보에 대한 비호감에다 이미 이겼다는 생각에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같은 2016년의 실패 요인을 보완해 4년 전과 같은 상황이 빚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선거분석 전문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올해 여론조사기관들 상당수가 학력 가중치를 조사에 반영했다고 전했다. 올해 초 NYT가 주(州) 단위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3~5월 발표된 30여 개 가운데 46%가 학력에 가중치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20%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을 더 세분화하기도 한다. 입소스ㆍ퓨리서치센터는 학력 수준을 인종ㆍ민족에 따라서도 구분하기 시작했다. 저학력 백인의 트럼프 지지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마리스트 칼리지, NBC방송ㆍ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는 응답자 거주지도 묻는다. 도시 거주자가 대체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데, 그 수가 많아 시골 거주 공화당 지지자보다 과잉 대표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여론조사업체들은 올해는 부동층이 2016년보다 줄어든 데다, 바이든 후보가 클린턴보다 호감도가 높아 막판 변동성도 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샤이 트럼프 효과' 역시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태구 UC버클리 교수는 “4년 전에는 트럼프의 파격과 규칙 파괴,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꺼리는 유권자가 있었으나, 집권 4년 동안 그런 스타일을 모두 경험하면서 지지 표현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4년 전에 없던 변수도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사를 밝혔으나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거나, 투표소가 문을 닫거나, 대기 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면 투표 포기자가 늘 수 있다. .

우편 투표도 큰 변수다. 투표용지 배달 사고, 기재 실수 등으로 사표 처리가 많을 경우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튀어나올 수 있다. 코트니 케네디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국장은 "만약 그렇게 된다면 2020년 여론조사 역시 결과적으로 ‘틀린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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