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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바람’을 일으킨 황토 예찬론자 김정덕씨 "모든 의식주 흙에서 해결"

중앙일보

입력

"입고 먹고 자는 것을 모두 흙으로 해결하죠.”

황토물을 들인 옷에 유기농산물을 먹으며 황토집에서 사는 김정덕(金貞德·68)씨. 모두 흙에서 손수 만들어 낸 것들이다.

고희를 바라보는 그는 젊은이 못지않게 얼굴이 팽팽하다(?). 황토를 푼 물에 매일 얼굴을 씻고 고운 황토를 물에 섞어 가라앉힌 지장수(地奬水)를 하루 두번씩 마신 효과라고 한다. 인체에 좋은 미생물도 풍부한 이 물로 밥을 하고 동치미·된장도 담궈 먹는다고.

그는 1988년 50여년간의 도시 생활을 접고 유관순 열사 생가서 가까운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한 시골마을에 자리잡았다.

10여년간 자연건강식 운동을 펴온 金씨가 이곳으로 내려온 것은 먹고 입는 것만 아니라 삶의 공간도 흙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였다.

“옛사람들은 배탈이 나면 황토물을 마시고 독사에 물리면 황토를 발랐죠.흙은 바로 생명의 원천이예요.”

그가 황토예찬론자가 된 것은 『본초강목』『동의보감』등 옛 의학서에 나오는 수많은 황토의 효능을 이곳에 살면서 몸소 느꼈기 때문.

당초 인수한 농가가 내부는 흙이였지만 외부는 시멘트를 발라 완전한 황토집이 아니라고 생각,6년전 직접 집짓기에 나섰다.

수소문 끝에 유열사 생가 부근에서 좋은 황토를 구했고 흙벽돌은 아들(39)이 고안한 기계로 찍어냈다.

반죽하기·벽쌓기·지붕얹기·구들놓기·흙벽치기 등의 모든 공정을 이웃 노인 등에게 물어가며 여러번의 실패끝에 터득해 나갔다.

흙반죽을 하룻밤 숙성시키는 벽돌을 만드는 비법도 그때 익혔다.8평규모의 안채에 약방(일종의 찜질방)도 갖추고 뒷간도 황토로 지었다.

이렇게 얻은 집짓기 기술은 고스란히 『김정덕의 황토집과 자연건강법』(지난해 개정판 출간)에 담아 펴냈다. 이 책은 황토집카페·황토찜질방 등 ‘황토바람’을 일으켰고 견학의 발길이 병천으로 이어졌다. 그는 ‘황토할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아들 부부 및 세 손주들과 함께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각종 채소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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