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전작권 전환 시간 걸려…韓, 집단안보에 더 기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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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펜타곤에서 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가 열렸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회의 전 열린 의장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펜타곤에서 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가 열렸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회의 전 열린 의장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열린 제52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방위비를 더 공평하게 분담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한국이 집단 안보에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군에 넘기기 위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전작권의 조기 전환'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현지시간 14일 펜타곤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오후 공동 회견 전격 취소 뒤 모두발언서 밝혀 #"전작권 전환 조건 모두 충족하려면 시간 걸려" #"방위비, 미 납세자 불공평하게 분담하면 안 돼" #"나토, 다른 동맹처럼 집단안보에 더 기여해야"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이 날 회의에는 서욱 장관과 에스퍼 장관 등 양국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오전에 의장 행사를 시작으로, 회의를 한 뒤 현지시간 낮 12시 30분 양국 기자들에게 회의 내용을 설명하는 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장 행사 직전인 오전 8시 30분 쯤 기자회견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오늘 에스퍼 장관이 미국 측 사정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우리 측에 양해를 구해왔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 내용은 회의 전 양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 모두발언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 모두발언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회의는 오전 9시쯤 양측 장관을 포함, 각각 5명씩 테이블에 앉은 가운데 진행됐다. 최근 미국 고위 장성들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고 마크 밀리 합참의장까지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펜타곤에는 코로나19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전원 마스크를 썼고, 에스퍼 장관도 양측의 모두발언 때만 잠시 벗었다가 회의가 시작되면서 다시 마스크를 착용했다.

에스퍼 장관은 최근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 등 북한의 행보에 대해선 양국에 이견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다는 데 양측이 동의하고 있다"면서 "억제력을 높일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기 전환에 대해선 결이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 회의장에서)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로의 길을 만들어 한미동맹이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맹으로 발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2014년 한미 양측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인 2022년 5월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미 국방부 관계자도 이날 회의에 앞서 중앙일보에 "(전작권 전환은)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간표(time frame)를 정해서 하기보다는 조건이 충족됐을 때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의 참석한 서욱 국방장관은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로의 길을 만들어 한미동맹이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맹으로발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특파원단]

14일(현지시간) 한미안보협의회의 참석한 서욱 국방장관은 "한국군이 주도하는 새로운 연합방위체제로의 길을 만들어 한미동맹이 더욱 미래지향적이고 상호보완적인 동맹으로발전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특파원단]

에스퍼 장관은 9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두 발언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겨냥한 이야기도 꺼냈다. "공동의 방어를 위한 비용을 분담하는 데 좀 더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납세자들이 불공평하게 부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나 다른 동맹국들처럼 우리의 집단 안보에 더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 국무부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호주·인도로 구성된 안전보장체제 쿼드(QUAD)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여기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의 참여도 요구했는데, 이번에 국방부 장관까지 공개 회의 석상에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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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은 또 "한반도에서 미군이 안정적으로 주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특별한 조치에 합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우리 모두가 동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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