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최대 피해자 홍남기? 본인 전세·매매 다 막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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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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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부동산 정책이 정작 개인 홍남기의 발목을 잡았다. 홍 부총리가 소유한 집(경기도 의왕시 아파트)을 팔지도 못하고 현재 전셋집(서울 마포구 아파트)에선 계속 살지도 못할 처지가 돼서다.

마포 전세, 주인이 들어와 집 빼야 #의왕집, 대출 규제로 매매 불발 위기 #매수 계약자는 잔금 구하지 못하고 #세입자는 갱신청구권 2년 더 행사

14일 의왕시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의왕시 소재 아파트(전용면적 97.1㎡)를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매수자가 대출을 받지 못해 홍 부총리에게 잔금을 치르지 못할 상황이다. 홍 부총리가 소유한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가 주변 전셋값 급등으로 다른 집을 구하지 못하자 2년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말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계약 만료 1개월 전까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을 통보하면 같은 집에서 2년 더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매매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년 1월 전세 계약이 끝나고 원래 세입자가 이사하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꿔 계속 살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매수자는 세입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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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시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를 사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홍 부총리의 집을 사기로 한 사람은 전입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집주인이 바뀌기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했다면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도 거주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법 해석이다. 새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하려면 계약 후 잔금 등을 치른 뒤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쳐야 한다. 세입자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차 계약 기간이 그 이상 남아 있어야 새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홍 부총리가 전세로 사는 서울시 마포구 아파트는 내년 1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집주인의 요구로 비워줘야 한다. 홍 부총리는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1가구 2주택자다. 원래 홍 부총리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팔려고 했지만 전매 제한 규정 때문에 불발에 그쳤다.

홍 부총리는 14일 제8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전세 가격의 상승 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김경희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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