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밀림이 우선 시야를 가린다.'숲 안에 무엇이 있을까'하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폭 1m 남짓한 오솔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서면 어디선가 '조~올 졸'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해발 3백m에 자리잡고 있어서일까. 울창한 정글이 뿜어내는 공기가 전혀 후텁지근하지 않다.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볕 역시 따갑지 않게 느껴진다.
신선한 공기를 온 몸으로 들이마시며 삼림욕을 하다 보면 길은 어느 새 계곡 위를 지나는 구름다리로 이어진다. 다리 밑 밀림 속에 인공의 냄새가 나지 않는 대형 연못 세개가 펼쳐진다. 연못 주위에는 푸른 이끼류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거목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 연못들은 '웜 스프링'이라는 노천 온천이다. 야자수 우거진 열대의 나라에 온천이라니. 물 속에 몸을 담그고 헤엄치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없이 자유롭다.열대우림 속의 아늑한 온천, '숨겨진 계곡'이라는 이름 그대로다.
"덥지 않느냐"고 묻자 온천욕을 즐기던 현지인은 "덮기는 커녕 물 밖으로 나가면 오히려 춥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히든 밸리의 온천 물은 땅 위를 흐르는 지표수, 산기슭을 따라 흘러내리는 계곡수, 땅 밑에서 솟아나는 지하수가 합쳐진 것이다.
1.2~1.5m 깊이의 연못에 몸을 담그면 수백년 된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가 그윽하게 코를 자극한다. 삼림욕과 온천욕을 동시에 체험하는 기분이 묘하다. 수영복을 입고 물 속으로 들어가면 발가락을 감싸는 검은 모래의 감촉이 부드럽다. 수백년전 인근의 마킬링(1천1백30m)화산이 터지면서 분출된 것들이다.
웜 스프링 바로 옆에는 '소다 풀'이라는 세개의 연못이 또 붙어 있다. 광물질이 녹아 있는 광천수의 특이한 물맛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나는 어린이들이 수영을 할 수 있도록 깊이가 90㎝로 낮은 편이고 나머지는 어른 가슴 깊이다.
'웜 스프링'과 '소다 풀'을 지나쳐 오솔길 끝 부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 인적이 드문 데다 열대우림이 뿜어내는 향긋한 풀잎 냄새를 맡을 수 있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곳의 하루 입장객은 4백~5백명. 그 중 절반은 현지인이고, 나머지는 외국 관광객들이다.
◇여행 쪽지=히든 밸리 이용 요금은 1인당 1천6백페소(한화 약 4만1천원). 뷔페식 점심이 포함돼 있다. 마닐라 시내에서 히든 밸리 리조트까지 자동차로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히든 밸리까지 왔다면 마킬링산 중턱에 자리잡은 '진흙탕'(mud spring)도 구경해 볼 만하다. 마킬링산 국립공원 내 해발 3백7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진흙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하얀 유황 연기를 뿜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온도가 80도여서 들어갈 수 없다.
필리핀 전문 여행사인 클럽여울(02-736-0505.www.tourlive.co.kr)에서 라구나의 히든 밸리.팍상한 폭포.마킬링산 진흙탕 등을 둘러보는 3박4일 여행상품을 69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매주 화.수.목요일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