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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1.비만은 병이다

중앙일보

입력

●몸속에 지방이 쌓이면...


'아는 만큼 건강해진다'. 중앙일보는 독립적인 건강 섹션의 출범과 함께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국민 건강에 긴요한 주제를 선정,최선의 방안을 제시하는 국민 건강 업그레이드 연중 캠페인을 시작한다.

첫 주제는 비만으로 선정했다.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비만이 단지 미용 상의 문제가 아닌,각종 성인병의 뿌리를 이루는 질환임을 선포한 바 있다(본지 2월 27일자 25면 ).

의협이 최근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전문가들은 비만의 해악이 흡연을 능가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본지는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으로 '비만은 병이다'란 주제로 3월 중 집중 캠페인을 펼친다.

'비만은 지구촌 최대의 역병(epidemic)이다'

'비만은 빈곤이나 음주는 물론 지금까지 건강의 최대 천적(天敵)으로 알려진 흡연보다 해롭다.'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처음으로 발표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연구 결과다. 본사 취재팀은 최근 이 논문의 전문(全文)을 입수했다.

이 논문은 미국 전역에서 무작위 추출한 남녀 성인 1만여명을 인터뷰해 지금까지 알려진 ▶흡연▶음주▶빈곤▶비만 등 건강 위협 인자와 암.심장병.뇌졸중.관절염.고혈압.당뇨 등 17개 만성질환의 양적 관련성을 처음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 비만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음주와 빈곤.흡연보다 더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이들 질환에 여성은 0.22개, 남성은 0.03개 더 잘 걸린다. 그러나 체질량지수 35 이상의 심한 비만인 경우 정상 체중에 비해 여성은 1.2개, 남성은 0.93개나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증가했다.

체질량지수 25~30인 가벼운 비만인 경우도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여성은 0.22개, 남성은 0.11개 늘어 흡연보다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흔히 앓는 질환의 발병에 흡연보다 비만이 더 중요하게 관계한다는 결론이다. 영양 과잉 시대의 도래와 흡연 인구 감소의 영향이다.

미국의 경우 해마다 30만명이 비만 관련 질환으로 숨진다.

비만 치료를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1999년 갤럽 조사 결과 미국의 경우 다이어트 시장은 연간 7조8천억달러로 자동차 시장의 26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비만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지난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팀이 건강검진을 한 국내 성인 1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네명 중 한명꼴인 26%가 체질량지수 25 이상의 비만 으로 드러났다.

소아 비만은 더욱 빠르게 증가해 2000년 한국영양사회의 초등학생 대상 조사에서 정상 체중의 20%를 초과하는 뚱뚱한 어린이가 35.6%나 됐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2.8배나 늘어난 수치다. 비만 캠페인을 주관하는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김경수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위원장은 "비만은 외모가 아닌 건강의 문제"라며 "범국민적인 살빼기 운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체질량 지수=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25 이상부터 비만이다. 1백70㎝의 키라면 73㎏ 이상이 해당된다. 25~30은 가벼운 비만,30~35는 중간 정도 비만, 35 이상은 심한 비만이다.

과거 30을 비만의 기준으로 삼았으나 동양인은 서구인에 비해 같은 체격이라도 근육보다 지방이 많아 2000년부터 대한비만학회는 25 이상을 비만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몸매 명세' 공개한 개그맨 백재현씨

나는 얼마나 뚱뚱할까.

가장 정확한 것은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는 체지방 분석. 남자의 경우 20%, 여자의 경우 30%를 넘기면 치료가 필요한 비만이다.

이번 비만 캠페인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비만 퇴치 홍보대사로 선정된 인기 개그맨 백재현(32.서울 행당동)씨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의 체지방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백씨는 TV의 '개그 콘서트'에서부터 뮤지컬 '세븐 템테이션'까지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다. 측정 결과 백씨의 키는 1m80㎝,체중은 1백14㎏이었다. 체질량 지수로 환산하면 35.3이어서 의학적으로 '중증 비만'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체지방 분석 결과다.

백씨는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29%나 됐다. 20%는 일단 제외하고 잉여 지방 9%를 무게로 환산해보니 10㎏이나 됐다.

"이렇게 징그러운 기름 덩어리가 제 몸 속에 10개나 있다구요."

큼지막한 지방 덩어리의 실물 모형(1㎏)을 손에 든 백씨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매주 3~4차례 술과 함께 고기를 먹습니다. 바쁘다보니 한꺼번에 몰아서, 그것도 주로 밤에 먹습니다. 게다가 원래부터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인 것 같아요."

백씨가 털어놓은 뚱뚱한 이유다. 모두 의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다. 술과 고기, 야식과 몰아서 먹기, 유전적 소인은 모두 비만의 중요한 원인이다.

살이 쪄 불편한 경우는 발톱을 깎거나 구두를 신을 때다. 뱃살이 많아 허리를 구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은 무릎이 아파 고민입니다. 특히 계단을 올라갈 때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픕니다."

과체중이 무릎 관절의 손상을 가져와 이제 갓 서른을 넘긴 그에게 관절염을 암시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다이어트를 시작해 1백㎏까지 줄인 적이 있다.

그러나 요요현상으로 이내 다시 살이 쪘다. 지금은 거의 포기한 상태다. 그러나 지금부터 살을 빼지 않으면 혈관 구석구석에 기름이 끼어 고혈압.당뇨.심장병. 뇌졸중 등 성인병이 생길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집에 러닝머신을 갖다놓고 뛸 생각입니다. 담당 의사가 매일 1시간30분씩은 뛰어야 근육이 붙고 살이 빠진다고 했습니다. 살을 빼면 제일 먼저 번지점프를 하고 싶어요. 지금까진 번지점프를 하다 줄이 끊어질까봐 걱정됐거든요."

익살스럽게 포부를 밝힌 백씨는 "비만 퇴치 홍보대사가 된 이상 전문의의 처방대로 살빼기에 몰입, 수개월 내에 팬들에게 근육질의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영화배우 엄앵란씨도 이번 캠페인에서 비만 퇴치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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