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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겨냥했다더니…이철 "유시민 질문 받은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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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연합뉴스]

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편지를 받고 검찰과 연관됐다고 생각해 공포감을 느꼈다”고 재차 증언했다. 반면 이 전 기자 측은 한동훈 검사장 이야기를 들은 시점을 지적하며 “불안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맞섰다.

이철 “남부지검에서 유시민 질문받은 적 없다”

“한동훈 얘기 듣고 패닉”

피해자로 지목된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가 보낸 첫 편지를 보고는 사실과 전혀 달라 황당했으나 이후 편지를 보고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는 두 번째 편지에 “서울남부지검이 신라젠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관계 인사 관련 의혹에 대해 알고 싶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저 내용이 총체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며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세 번째 편지에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이야기가 언급됐기에 검찰의 수사 방향이라고 판단해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가장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 편지는 네 번째였다고 한다. 편지에는 “말씀드렸듯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진행하는 걸 돕지는 못한다. 그러나 보도에 발맞춰 검찰 고위층에 대표님의 진정성은 얘기할 수 있다. 당연히 수사와 구형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대표는 “이전 편지보다 검찰 수사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각본이 준비됐단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편지를 받고 공포감을 느꼈다는 건 검찰에 중요한 발언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 전 대표에게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지 내용이 이 전 대표에게는 공포감이 들 정도의 협박으로 느껴졌으며 이를 통해 그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고 했다는 건 검찰 공소제기의 뒷받침이 된다.

이 전 대표는 특히 3월 25일 한 검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아득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편지를 받고 검찰 고위관계자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는데, 그 대상이 한 검사장이라는 걸 듣고 “거의 패닉 상태였다”고 했다.

“이미 MBC 촬영도 마쳤는데 왜 불안한가”

하지만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장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고 말한 날짜를 듣고 의문을 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변호사에게 MBC와 한 서면 인터뷰 보도가 늦어지는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전 기자 측은 “변호사로부터 MBC 보도 상황까지 들었다면 같은 날 한 검사장 이름 처음 들었다고 해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할 이유는 없지 않나. 이미 촬영도 마치고 보도가 임박했다는 건데 불안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한 검사장은 매우 높은 분이기에 제게 다가오는 무게감이 달랐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법조계에선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진술이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혐의를 부정한 주요 진술이라고 해석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3월 25일이면 이미 이 전 기자가 취재를 중단한 시점”이라며 “이후 한 검사장 이름을 듣고 겁먹었다는 건 모순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에게 있어 검찰 고위 간부와 공모했다는 건 양형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인데 이 전 대표의 증언 자체가 공모 증거로서는 의미 없는 진술이라는 것이다.

“유시민 염두에 둔 검찰 조사였다”더니…말 바뀌어

한편 이날 이 전 대표는 지난 3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유 이사장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관계 인사에게 돈을 건넨 의혹에 대한 질문은 어떤 것이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그 날짜에 맞춰 대조해서 물어봤다”고만 답했다.

이는 이 전 대표 측이 과거 MBC에서 말했던 내용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지난 4월 2일 MBC는 “이 전 대표는 법인 회계장부를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인데도, 계좌에서 현금으로 출금됐다는 이유로 검찰이 비슷한 질문을 이어갔다면서 특정인, 즉 유 이사장 등 여권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현금을 전달한 것을 예단한 질문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표의 지인은 MBC를 통해 “‘인출된 돈이 어디에 쓰였느냐’라는 걸 물어보는 걸로 봐서는 검찰의 수사의 방향은 그 현금으로 유 이사장, 현 여권 정부한테 주지 않았느냐라는 뉘앙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남부지검은 그러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송금 내역을 조사한 것이고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표가 법정에서 한 진술이 당시 남부지검의 설명과 더 맞아떨어진다.

이날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는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제 증인출석이 오히려 피고인들에게 은폐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생각했다”며 “한 검사장의 수사가 이루어진다면 출석해 사실대로 증언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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