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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석달만에 이겼어요" 김명규 · 김영화씨 부부

중앙일보

입력

1997년 베스트 셀러가 된 프랑스의 엘르 지(誌) 전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의 투병기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팔다리가 마비된 그는 의사 소통을 위해 대필 작가에게 말대신 무려 20만번이나 왼쪽 눈꺼풀을 깜박거려야 했다.

최근 출간된 『뇌졸중, 석 달 만에 털고 일어나기』(아라크네 刊) 는 한국판 『잠수복과 나비』라 할 만하다.

주인공은 방송과 강연 등으로 잘 나가던 부동산 컨설턴트 김명규(54.서울 강동구 암사동) 씨와 그의 부인 김영화(50) 씨다.

김명규씨는 97년 10월 경기도 오산의 한 기업 연수원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강의를 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뇌혈관이 터져 생긴 출혈성 뇌졸중이었다.

헐레벌떡 응급실에 달려온 아내 앞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면서 반신마비 상태인 남편이 누워 있었다. 이때부터 90일 간에 걸친 이들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첫 26일까진 병실에서 틈틈히 쓴 아내의 일기를, 27일부터는 의식을 회복한 남편이 직접 쓴 글이 이번에 낸 책의 토대가 됐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회복한 것은 순전히 아내 덕분입니다. 입원기간 중 단 한 번도 간병인 등 남의 손에 대.소변 처리를 맡기지 않았습니다. 그냥 휴지로 닦는 것이 아니라 비누로 깨끗이 씻어주곤 했지요."

지금은 일상생활은 물론 웬만한 운동도 가능해질 정도로 좋아진 김명규씨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내가 우겨서 62일간의 병원 입원기간 중 42일 동안이나 1인실에 입원했다. 살림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신혼 때 아내가 부모에게 물려받은 아파트를 처분해 입원비를 마련했다. 굳은 혀를 풀어주기 위해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부르고 불경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것은 여럿이 있는 병실에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지극 정성 덕분일까. 남편의 병세는 놀라운 속도로 좋아졌다. 12일 만에 휠체어를 탔으며 23일 만에 지팡이를 짚고 걷기 시작했다.

62일 만인 97년 12월 31일 퇴원했다.

73일째엔 차가움을 느끼는 감각 신경이 돌아와 환호성을 지르게 됐다.

75일째엔 혼자 지하철을 탔다. 85일째 되는 날엔 운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내의 해석은 다르다.

김영화씨는 "남편은 평소 온화하지만 병마가 닥치자 투사처럼 싸웠습니다. 어디서 저런 의지가 솟아날까 놀랄 정도였습니다"고 말했다.

김명규씨는 '누우면 죽는다'란 경구를 날마다 되새기며 가능하면 하루 종일 팔과 다리를 움직이려고 애썼다. 관절운동을 해야 재활의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 틈 나는 대로 관절운동을 했다. 마비된 팔과 다리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한방의 쑥뜸을 사용했다.

99년 5월 8일부터 2000년 5월 16일까지 정확하게 3백65일 동안 피부가 타는 듯한 통증을 감내하며 쑥뜸을 받았다.

해마다 15만여명의 한국인에게 크고 작은 뇌졸중이 생긴다. 그중 4만여명이 생명을 잃는다. 뇌졸중은 첫 3개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 적절한 진료를 받고 모범적인 투병활동을 했는지 여부가 평생의 예후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명규씨가 강조하는 교훈은 무엇일까.

"뇌졸중 환자는 몸을 천하게 대해야지, 귀하게 대하면 안됩니다. 쉼 없이 움직여야 마비로 굳어진 몸이 풀립니다. 가능하면 많이 움직이세요." 그가 뇌졸중 환자와 가족에게 당부하는 핵심이다.

그를 치료한 백보한의원 원장 길동수씨는 "그는 1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쑥뜸을 했고 매일 2시간 걷기,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 등 뇌졸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초인적으로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고(辛苦) 끝에 결혼했던 영.호남 부부. 지금은 함께 자그마한 부동산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 김명구·김영화 부부의 뇌줄중 투병 10계명

1.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3시간 이내 병원 응급실로 후송한다.

2.보호자는 의사에게 관절 운동을 배워 환자의 마비된 팔과 다리를 수시로 움직여준다.

3.마비되지 않은 팔과 다리도 운동해줘야 관절이 굳는 것을 피할 수 있다.

4.등의 욕창 방지를 위해 2시간 간격으로 자세를 바꿔준다. 물침대나 도넛 모양의 쿠션(바닥에 눌리는 엉덩이 보호용) 을 사용하는 게 좋다.

5.장기간 누워 있으면서 생기는 변비 예방을 위해 물과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6.의식적으로 마비된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등 마비된 쪽을 이용하 려고 애쓴다.

7.계단을 내려갈 땐 마비된 다리부터, 올라갈 땐 건강한 다리부터 움직인다.

8.소리내어 읽기, 노래 부르기 등 혀를 열심히 움직여 언어장애를 극복한다.

9.더하기와 빼기 등 머리 쓰는 일을 통해 두뇌가 굳지 않도록 한다.

10.항상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을 가지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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