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금연 열풍… 전국이 '이주일 신드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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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투병 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로 인해 연초부터 유례 없는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산소 공급 장치를 코에 꽂은 채 수척해진 얼굴로 지난해 말부터 TV 등에 나와 금연을 호소한 李씨의 모습이 흡연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금연 전도사'가 된 李씨의 호소와 담뱃값 인상 등으로 금연 러시가 일고 있어 '이주일 신드롬'이라 불릴 만하다.

◇ 담배 끊기 붐

상계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성원 교수는 "하루에 두 세 갑씩 담배를 피우던 애연가들이 최근 하루 서너명 이상 병원을 찾아와 금연했다고 말한다"며 "금연 캠페인이 있었지만 이주일씨의 영향에 따른 지금의 금연 붐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탤런트 최수종, 영화배우 신현준, 개그맨 심현섭 등 연예인들도 李씨의 투병을 계기로 금연했다고 한다.

◇ 담배 판매량 감소

담배인삼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엔 주당 6천6백만갑~9천3백만갑에 달하던 담배 판매량이 올해 첫주엔 6천1백만갑으로 줄었다. 새해 초의 금연 결심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고급 담배가 더 해로울 수도'

李씨의 사례는 고급 담배일수록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의학상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李씨의 병은 폐암 중에서도 폐 깊숙이 생기며 전이(轉移)가 잘돼 치료하기 아주 어려운 선암(腺癌).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박영석 박사는 "고급 담배일수록 필터를 통해 걸러진 미세한 담배 입자가 폐 끝까지 침투해 선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금연운동 본격화

안국약품은 올해 담배를 끊는 직원에게 금연수당 1백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제일기획에 이어 KT도 금연 성공자에게 돈을 주는 금연펀드를 최근 신설했다.

KT의 경우 1만여명의 흡연자가 참여했다. 비트컴퓨터는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매달 금연수당을 따로 지급한다. 금호그룹은 흡연자를 채용하지 않는다.

의사들의 금연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의사 채용 공고를 내면서 처음으로 흡연자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서울백병원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을 받기도 했다. 금연운동 단체에 금연교육을 요청하는 기업체나 단체도 평소보다 늘고 있다.

◇ 금연 도우미 상품 활황

니코틴 패치 등 니코틴 대체요법 용품과 금연초.금연 필터.은단 등 금연 보조 용품의 판매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LG홈쇼핑은 지난 7일 금연초 프리미엄 골드를 하루 동안 1천2백여개나 팔았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하루에 6백개 정도 팔았다고 한다.

니코틴 패치 시장은 지난해 매출이 50억원 가량으로 전년도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한독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는 패치 물량이 달려 잠시 공급이 중단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껌.사탕.초콜릿 등 담배 대용품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훼미리마트가 서울의 사무실 밀집 지역 편의점 20군데를 조사한 결과, 이들 제품의 판매량이 지난해 12월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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