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네의원 수가 너무 올렸다

중앙일보

입력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행위 가격(수가)이 동네 의원의 경우 원가보다 18% 높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반면 중소병원.대학병원의 수가는 7.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재정운영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서울대 경영연구소가 조사한 '의료기관 원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동네 의원과 병원급 수가를 가중 평균한 전체 의료기관의 현재 수가는 원가보다 6~8% 높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건보 수가가 원가의 90% 수준에 불과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과 크게 달라 정부가 의약분업 시행 전후 무리하게 수가를 인상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을 시행한 후 동네 의원의 진료비 청구 금액(매출)이 급증했다는 분석 자료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인건비.임대료 등 비용을 감안한 원가 대비 수가의 적정성을 분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수가 과다=현재 건보 수가는 3천8백여가지 의료행위를 난이도.위험도.시간 등을 감안해 상대가치 점수를 매긴 뒤 점당 단가(55.4원)를 일률적으로 곱해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동네 의원의 경우 점당 단가를 10원 내리고, 병원급은 4원 가량 올려야만 수가와 원가가 같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가령 동네 의원 초진료(내과계열)의 경우 현재 수가가 상대가치 점수(207.58)에다 단가 55.4를 곱한 1만1천5백원이지만 단가를 45.4원으로 내리면 수가가 9천4백30원으로 떨어진다.

병원급 수가가 원가보다 낮은 것은 지난해 정부가 의료계 파업을 의식해 동네 의원에 맞춰 수가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 파장=결국 복지부가 의약분업 전후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수가를 49%나 올린 게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결국 건보 재정을 거덜낸 주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수가를 6.5% 인상하면서 원가의 70%라고 발표했다. 올해 1월에는 일부 수가를 7.09% 올리면서 원가의 90%라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정부의 수가 인상 근거를 뒤집은 것으로 수가를 내리고 건보료 인상률(2006년까지 매년 8~9% 예정)을 낮추라는 압력의 근거가 돼 적어도 내년 수가는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 재정운영위 관계자는 "수가뿐만 아니라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률(9% 예정)도 3~4%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협 관계자는 "천차만별인 의사의 인건비나 위험 요인 등을 고려하지 않은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