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늑장 보건행정 '이질 김밥사' 5일간 방치

중앙일보

입력

방역 당국의 늑장 대응과 손발 안맞는 식품위생 행정이 후진국형 전염병인 이질을 확산시켰다.

10일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문제의 도시락 제조업체인 S사 김밥을 먹은 서울E정보고 학생들이 지난 3일부터 설사.복통 증세를 일으켰으나 이들의 가검물을 검사한 관할보건소는 식중독이라고 보건원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일 학생 2명이 세균성 이질 의사(擬似) 환자로 판정됐다.

또 강원도 춘천시 K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2일 경복궁 구내매점에서 김밥 도시락을 사먹고 이튿날부터 설사 증세가 나타나 한 명이 입원까지 했는데도 보건원은 8일에야 강원도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

즉 3일부터 서울.강원 곳곳에서 설사 환자가 속속 발생하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이 유기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결국 문제의 S사는 지난 8일에야 문을 닫았다.

식품업체 위생 지도 점검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 체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S사 관할 구청의 경우 식품업체 위생 점검 담당 직원이 한 명에 불과해 연간 상하반기 두차례 실시하는 정기 지도 점검조차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S사의 위생 불감증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S사는 지난달 30일 종업원 1명이 설사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받았는데도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계속 근무시켰다.

보건원은 지난달 말 이 회사의 다른 종업원 3명도 설사.복통을 일으킨 사실을 중시하고 이들의 가검물을 검사하고 있다.

S사는 심지어 지난달 중순 대장균.일반세균이 검출돼 관할 구청으로부터 시설 개수 명령을 받은 지하수물을 식기세척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0일 현재 세균성 이질 환자는 14명에 머물렀지만 경찰서.병원.고등학교 등에서 세균성 이질 의사 환자 28명이 추가 확인됐다. 설사환자도 3백26명이 새로 확인돼 모두 5백21명으로 늘어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