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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종이박스에?…납품업체 “캐리어에 아이스박스 단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을 운반하기 위해서 사용한 아이스박스. 김포=문희철 기자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을 운반하기 위해서 사용한 아이스박스. 김포=문희철 기자

국가필수예방접종(NIP)용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중단 과정에서 납품업체인 신성약품이 백신을 종이박스에 담아 배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성약품 측은 “실시간 온도 측정이 가능한 캐리어와 함께 종이박스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4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신성약품이 백신을 아이스박스가 아닌 종이 상자로 납품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백신을 받은 간호사들은 공통으로 “백신이 차갑긴 했다”는 것을 전제로 “아이스팩·스티로폼 박스가 아닌 종이상자에 백신이 담겨 있었다”고 제보했다.

종이상자는 백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질병관리청 ‘백신 보관 및 수송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신은 섭씨 1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일정 시간 이상 이 온도를 벗어날 경우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백신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질병관리청 설명이다.

‘종이박스 배달 논란’ 반박한 업체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을 운송하는 수단(왼쪽)과 기존에 백신을 운송하던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오른쪽). 김포=문희철 기자

신성약품이 독감 백신을 운송하는 수단(왼쪽)과 기존에 백신을 운송하던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오른쪽). 김포=문희철 기자

신성약품 측은 자사의 백신 포장·배송 방식을 공개했다. 김진문 신성약품 회장은 “지금까지 전국 병·의원에 공급했던 517만 도즈(1도즈=1회 접종량)의 독감 백신은 모두 온도 유지를 위해 3중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백신은 제조사에서 생산해서 신성약품에 공급할 때 박스당 400도즈가 담긴 종이상자에 담겨서 온다. 이 크기의 종이상자를 업계에선 D형 상자라고 한다. 신성약품은 이를 물류창고에서 배송 수량에 따라 4종의 종이상자로 재분류·포장한다. 가장 작은 A형(60 도즈)부터 D형 상자까지 적절하게 나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간호사들이 봤다는 ‘종이상자’는 바로 이렇게 신성약품이 A~D형 상자로 분류한 종이상자다.

다만 종이상자가 유일한 백신의 온도 유지 장치는 아니라는 것이 신성약품 측 설명이다. 백신 종이상자는 다시 D형 상자에 꼭 맞는 사이즈의 보냉캐리어에 담긴다. 보냉캐리어는 외부 열기를 차단할 수 있는 재질로 단열 처리를 했다.

종이상자를 담은 보냉캐리어는 다시 사방에 냉매를 부착할 수 있는 전자식 아이스박스에 담긴다. 아이스박스는 보냉캐리어 내부 온도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도록 전선형 온도 측정 기기가 연결돼 있다. 이 기기를 캐리어 내부에 넣으면 아이스박스 정면 우측 상단에서 실시간으로 내부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중으로 단열 처리를 한 박스는 냉장 탑차에 실린다. 백신 배송 과정에서 운행기록과 냉장 탑차의 실시간 온도·습도는 모두 기록된다고 한다. 냉장 탑차는 화물을 싣는 공간을 냉장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에, 만약 보냉캐리어·전자식 아이스박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백신의 온도가 섭씨 2~8℃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성약품의 설명이다.

보냉캐리어·아이스박스·냉동탑차 ‘3중 처리’

신성약품은 종이박스에 담은 독감 백신을 보냉캐리어(안쪽)와 전자식 아이스박스(바깥쪽)로 단열 후 냉장탑차로 배송한다고 설명했다. 김포=문희철 기자

신성약품은 종이박스에 담은 독감 백신을 보냉캐리어(안쪽)와 전자식 아이스박스(바깥쪽)로 단열 후 냉장탑차로 배송한다고 설명했다. 김포=문희철 기자

신성약품은 이와 같은 백신 운송 방식이 스티로폼 재질의 아이스박스에 백신을 담아 운송하던 기존 방식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문 회장은 “백신을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에 포장할 경우, 냉매와 백신이 직접 맞닿는 부위는 냉매가 녹거나 이슬이 맺히는 과정에서 오히려 백신 온도가 2℃ 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에 백신을 담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백신을 포장·운송하는 방식은 외부에서 실시간 온도를 측정·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칙적으로 백신이 병원에 도착하면, 이를 운송하는 사람은 전자식 아이스박스를 통째로 병원으로 들고 간 뒤, 간호사 등 의료진이 보는 앞에서 종이박스에 담긴 백신을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지역 운송업자가 이런 규정을 무시했다는 것이 신성약품 측 주장이다. 냉장탑차에서 백신이 담긴 종이상자만 빼낸 뒤, 상온에서 들고 와 의료진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일부 백신이 상온에 짧은 시간 노출된 것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김포=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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