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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들 위증 멈춰라”…故 조비오 신부 추모일에 열린 전두환 재판

중앙일보

입력

‘사자명예훼손’ 10월 결심공판…구형량 관심

고(故) 조비오 신부의 선종 4주기인 21일 광주광역시 남구 소화자매원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사진 5·18 기념재단]

고(故) 조비오 신부의 선종 4주기인 21일 광주광역시 남구 소화자매원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사진 5·18 기념재단]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선종 4주기 추모일에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광주에서 열렸다.

21일 광주광역시에서 조 신부 선종 4주기 추모 미사 #같은날 광주지법선 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 재판 #

 조 신부의 유족들은 21일 조 신부에 대한 추모식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조속히 마무리 됨으로써 5·18 당시 헬기 사격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원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해온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됐다.

 조 신부의 선종 4주기 추모식은 광주시 남구 소화자매원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이날 추모미사를 통해 민주화와 통일 운동에 평생을 바친 고인을 기렸다.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추모식 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두환 측은 고인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마무리 단계인데도 광주시민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조 신부의 유족 측은 재판에 앞서 전 전 대통령 측 증인들을 향해 “위증을 멈춰라”고 했다. 조영대 신부는 “전두환 측은 5·18의 참상을 목격하고 피해를 본 사람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몰고 자신들의 위증만 신빙성을 주장한다”며 “광주시민들은 이 재판에서 나온 위증으로 또다시 2·3차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열린 21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열린 21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과 없는 전두환…법정 최고형 바란다” 

 앞서 5·18기념재단과 5·18 유족회·구속부상자회·부상자회 등은 지난 7일 전 전 대통령 측 증인이었던 1980년 5월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을 위증죄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조영대 신부는 “다른 증인들도 위증을 멈추지 않으면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위증이 계속되면 추가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2년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재판부는 당초 9월 중 증인들의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지만, 전 전 대통령 측 증인들의 불출석 등이 이어져서다. 조영대 신부는 “이번 재판이 전두환의 여러 죄에 대한 상징적인 처벌 의미를 가진 만큼 최고 형량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는 “지난 2년 동안 누구보다 헬기 사격 기록을 많이 읽어왔지만, 아직도 (5·18 당시 헬기 사격에 대한)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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