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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혼란스러운 숫자 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다음 숫자 표기 중 바른 것을 고르시오.

㉠152000 ㉡152,000 ㉢십오만이천 ㉣15만2천 ㉤15만2000

글을 쓸 때 혼란스러운 것 가운데 하나가 숫자 표기다. 쓰는 사람마다 다르다. 심지어 언론사마저 차이가 있다.

아라비아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보편적 방식이지만 표기하고 읽는 방법은 동서양이 좀 다르다. 서양의 경우 1000단위(세 자리)마다 쉼표(콤마)를 찍으며 1000단위로 읽는다. 사우전드(thousand), 밀리언(million), 빌리언(billion)… 하는 식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네 자리인 10000단위로 끊어 읽는다. 즉 네 자리마다 만(萬), 억(億), 조(兆), 경(京)… 등으로 읽어 나간다. 우리 맞춤법은 이를 따라 10000단위마다 ‘만’ ‘억’ ‘조’ 등의 글자를 넣어 표기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152000’은 서양식도 우리식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다. ‘㉡152,000’은 서양식 표기법이다. ‘㉢십오만이천’은 숫자 모두를 우리말로 적은 것이다. 이런 표기 방식은 없다. ‘㉣15만2천’은 네 자리, 즉 ‘만’ ‘억’ ‘조’ 등에만 한글을 넣는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 표기다. ‘㉤15만2000’은 맞춤법이 규정하고 있는 우리식 숫자 표기법으로 문제의 정답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론 국제 기준에 따라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어 표기하는 경우(㉡152,000)도 많다. 복잡한 수를 표기할 때는 대부분 이 방식을 쓴다. 또 하나 ‘1억 2345만 6789’처럼 ‘억’ ‘만’ 단위 다음에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지나치게 길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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