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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매물을 걷어들일까? 거둬들일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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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주택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월세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이 전세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집주인이 매물을 걷어들이거나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면서 거래가 감소세를 이어 왔다” 등과 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이처럼 벌여 놓거나 내놓은 것을 다시 들여놓는다는 의미로 ‘거둬들이다’ 또는 ‘걷어들이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걷어들이다’가 아니라 ‘거둬들이다’가 맞는 말이다.

‘거둬들이다’를 ‘걷어들이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우선 발음 때문으로 보인다. 즉 ‘거둬들이다’의 발음은 [거둬드리다]이다. 하지만 이를 [거더드리다]로 발음하다 보니 소리를 따라 ‘걷어들이다’로 잘못 적는 것이다.

‘거둬들이다’를 ‘걷어들이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또 있다. ‘거둬들이다’는 ‘거두어들이다’의 준말이지만 ‘거두다’의 준말 ‘걷다’에 이끌려 ‘걷-+-어+들이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두어’를 줄인 표현인 ‘거둬’에 ‘들이다’를 붙인 형태인 ‘거둬들이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물을 걷어들였다”는 “매물을 거둬들였다”로 바꾸어야 한다. “걷어들이는 보험료보다 지출이 많아 손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걷어들인 세금이 많으면 그만큼 국민부담률이 높아지게 된다”에서의 ‘걷어들이는’ ‘걷어들인’ 역시 ‘거둬들이는’ ‘거둬들인’으로 고쳐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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