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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기생충' 세계를 휩쓴 한류…한한령 4년, 중국이 잃은 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시장을 잃은 한류는 왜 글로벌에서 점점 더 잘나가나”

중국 뉴스를 보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제목. 현지 언론이 한한령 이후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중국 현지에서는 한한령이 바꿔놓은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중국 매체가 분석한 한한령 후 한류의 성장 #한한령 이후 오히려 중국이 잃은 것들 조명

얼마 전, 중국 매체 제몐(界面)은 한한령 이후 한류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보도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한한령 이후 한국이 '잃은 것'이 아니라, 중국 외 세계 시장에서 한류의 '활약상'과 중국이 도리어 잃은 것들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사진 weibo, youtube]

[사진 weibo, youtube]

먼저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을 언급했다. "8월 21일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 뮤직비디오(MV)가 24시간 내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며, "글로벌 시장에 다시 한 번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한령 이후, K-POP가수들의 중국 본토 공연은 길이 막혔지만, 중국 팬들의 사랑은 끊어지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블랙핑크, 엑소, 마마무 화사 등은 중국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우인(抖音 틱톡)에서도 이들의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는 챌린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기사는 K-POP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파급력에 대해 좀 더 상세히 다뤘다. 해외 영화제와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음에 주목했다.

한한령으로 인해 지난 2016년 이후 중국 영화관에서는 더 이상 한국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하지만 제몐은 “약 5년의 시간 동안 〈부산행〉, 〈강철비〉, 〈버닝〉 등의 대작이 탄생했고, 〈기생충〉은 칸 황금종려상과 오스카상을 휩쓸었다”고 밝혔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또 한한령 장벽이 세워진 바로 그 시점에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사실을 언급했다. 중국 시청자들이 더 이상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접하지 못하게 됐을 때, 한국 드라마, 영화 제작사들은 넷플릭스와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방송사 동시 방영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 제작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 제몐은 "한국 드라마 제작진과 넷플릭스의 물리적, 기술적 지원이 더해져 양질의 한국 콘텐츠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수백억 원이 투입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성공을 들었다.

[사진 더우반]

[사진 더우반]

“한국 콘텐츠는 중국 시장을 잃었지만, 대신 일본, 동남아, 유럽, 미주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세계화 노선을 밟았다.”

물론 한한령으로 인한 상업적인 손실은 분명 있었다. 돌연 중국 시장에서 쫓겨난 직후인 6개월 동안 한국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가는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하지만 1년 후 주가는 다시 원래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목표 시장을 달리 설정한 후 다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제몐은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한령으로 인해 중국 엔터 업계가 잃은 것들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제몐은 현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이 예능 콘텐츠 제작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인정해야하는 사실”이라며, “최근 몇 년 간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한국의 것을 참고하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사진 bilibili.com]

[사진 bilibili.com]

한한령으로 인해 벌어진 웃지 못할 일도 언급했다. 2015년 이미 찍어놓은 드라마 속, 한국 배우 한채영의 얼굴을 AI 기술로 어색하게 편집한 뒤 2020년이 되어서야 내보냈다. 제몐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가성비 좋은 한국 콘텐츠를 구매해 사용할 수 없게 돼 선택지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한령 이후 중국 방송사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를 동시 방영하는 일은 사라졌다. 그러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는 중국 시청자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K-POP 가수나 한류 배우의 생일 관련 서포트에서도 중국 팬덤의 존재감을 체감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한류 스타의 중국행을 막았지만, 중국 팬들은 공중파 광고, 기차 광고, 불꽃 놀이, 드론쇼 등 전례 없던 스케일로 한국의 스타를 추종한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한한령 이후, 한국 스타와 콘텐츠가 중국 시장으로 가는 물리적인 길은 막혔지만, 중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던 듯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실제 중국 네티즌들의 생각이 궁금해 댓글을 찾아봤다. 예상대로 의견이 양쪽으로 엇갈렸다. 아래는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추천수가 많은 것들을 추린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드라마 본 지 오래됐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한국은 이미 중국 시장을 뜨기 전에 기반을 닦았고, 성장만 남은 상태였다. 서방 문화를 잘 흡수해서 활용을 잘 하는 것 같음."

"그전에는 한국 드라마에 빠져있었는데 한한령 이후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고, 보다 보니 꽤 괜찮았다. 이제 한국 로코물은 못봐주겠더라. 한국 드라마 소재가 다양하고 미스터리 추리물 잘하는 건 인정. "

"소위 대작이라고 불리는 중국 모 감독의 작품을 보면, 스케일이 크고 배경과 의상이 화려하지만 내용이 없다. 영화의 본질을 잃은 것이고, 이게 바로 차이다."

"사람 마음은 다 똑같고, 마음을 사로잡으면 사랑받을 수 밖에 없다. 이웃에게 배울 건 배우자."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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